System Experience로 이동하는 순간

경험은 이제 디자인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 위에서 생성된다

by The creamunion


브랜드는 오랫동안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Brand Experience라고 불렀습니다.



로고와 컬러, 톤앤매너와 인터페이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일관된 인상.

사용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정교하게 다루는 일.
그것이 우리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험을 둘러싼 전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같은 서비스라도 항상 같은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 환경.

사용자마다, 상황마다, 맥락마다 다르게 생성되는 응답과 인터랙션.


경험이 더 이상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경험은 여전히 ‘디자인되는 것’인가,
아니면 ‘생성되는 것’인가.



만약 경험이 생성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설계해야 하는 것은 표면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입력이 들어왔을 때

어떤 조건을 거쳐

어떤 결과가 가능해지는지.


보이는 결과보다 그 결과가 나오게 되는 방식에 더 가까운 영역.




이 지점을 조심스럽게
'System Experience' 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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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나의 정리를 시도해봅니다.

System Experience는 결과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생성될 수 있는 조건과 그 흐름을 설계하는 경험 구조입니다.




이 관점은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Input (입력)
사용자의 요청, 맥락, 상태와 같은 시작 조건


Condition (조건)
어떤 판단 기준과 제약 아래에서 결과가 생성될 것인지


Outcome (결과)
허용된 조건 안에서 나타나는 경험의 형태



이 세 요소가 어떻게 정의되고 연결되는지에 따라
경험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하나의 ‘작동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때 경험은 더 이상 결과가 아니라,
조건 위에서만 존재하는 구조적 상태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기존의 Brand Experience를 대체하는 개념이라기보다,
그 바깥에 놓인 또 하나의 층위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보여지는 경험을 다루어야 합니다.


다만 동시에,

그 경험이 어떤 조건 위에서 생성되는지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변화는 에이전시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만드는 조직인가.

결과물을 설계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결과가 생성되는 방식을 다루는 조직인지.



어쩌면 이 둘은 분리되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표면의 경험과 구조의 경험은 서로를 규정하면서 동시에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조금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보이는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의도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미리 구조화하는 일.




앞으로의 브랜드는
어떻게 보이는가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그 질문이 점점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Brand Experience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지금 시점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경험은 이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 위에서 생성되는 구조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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