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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Sep 27. 2022

신령스러운 빛고을 영광(靈光)

봄 향기에 취해 달리고 싶은 명품 드라이브코스

  영광하면 뭔가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지명에 신령스러운 영(靈)자를 넣어서만이 아니다. 백제 침류왕 시절(서기 384년) 불교가 최초로 들어온 땅이라 그런 것도 아니다. 영광이라는 지명은 불교가 도래한 이후 한참 지난 고려 태조 23년에 지어졌다. 불교도래 후 500년 가까이 지난 940년 경이었다. 영광의 신령스러운 기운은 종교보다는 자연에서 기인했다 한다. 일단 가보면 알게 된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백수해안도로 전경


반짝이는 자연의 영묘한 빛

  여행작가로 활동해 오는 동안 그래도 날씨 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여겨왔다. 물론 백 프로 장담할 건 아니다. 날씨는 그 자체로 신묘한 자연현상이니까. 

  영광 가는 날이 그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새벽에 출발해 경기도를 지날 때까지도 잠잠하던 하늘에서 문득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했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공주를 지날 무렵이었다. 

  돌아가자니 이미 온 길이 짧지 않았고 내처 진행하자니 날씨가 불안했다.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오후에는 갤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여정은 시작되었고, 가는 날이 장날일지언정 밑져야 본전이니까. 

  불안한 마음으로 속도를 늦춰가면서 영광으로 이어지는 고창 I.C를 빠져나갔을 때 문득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하늘도 돕는다더니. 영광이라는 곳, 정말 신령스러운 고장인가?

  그렇게 백수해안도로로 향하는 길목 초입인 가마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날씨가 완전히 갠 것은 아니어서 푸른 하늘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구름이 햇살을 막아주어 명징하고 포근한 사진이 연출되었다. 여행하기에도, 촬영하기에도 좋은 날씨였다. 

낚시도 으뜸, 관광자원도 으뜸인 매력적인 항구 계마항


  해수욕장은 텅 비어있었다. 워낙 외진 곳이기도 하고 본격적인 피서철도 아니지만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관리자도 보이지 않았다. 동네도 비었는지 돌아다니는 주민조차 없다. 서둘러 법성포 방향으로 향했다. 법성포가 지척인 지점에서 길이 갈렸다. 왼쪽은 법성포, 오른쪽은 백수해안도로.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다. 

  영광대교가 나타났다. 백수읍과 홍농읍을 잇기 위해 2016년 3월 준공한 최대 경간장 320m, 길이 590m인 사장교를 건너면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라는 백수해안도로가 이어지는 모래미해수욕장이다. 이곳에서 조망되는 풍광도 장하지만 이어지는 길목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자연의 영묘한 빛이 반짝이는 은혜로운 지역이라더니, 일단 가보면 안다더니, 진짜 와보니 알겠다.     

백수읍과 홍농읍을 잇는 사장교, 영광대교

 

가슴으로 감상하는 장엄한 풍광

  길가에 줄 선 병사들처럼 늠름한 벚나무들이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워 꽃비를 흩뿌리는 풍광이 가슴에 절절했다. 참으로 멋진, 그림 같은 풍광이다. 그래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한국의 아름다운 길, 백수해안도로라 하는가 싶었다. 

  안타까운 건 그 풍광을 한 장면에 담아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순간의 정지 화면에 담기에 이 길 풍광은 지나치게 장엄하다. 다행스러운 건 16km가 넘는 백수해안도로 길목마다 멋진 바다 경치며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고 칠산정과 백암정 같은 정자가 있어 바다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광장 중앙에 설치된 괭이갈매기 조형물


  건강 365계단에서부터 노을전시관까지 이어지는 목재데크 산책로는 백수해안도로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산책을 즐기다 보면 장거리 여행에서 온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2006년 건설교통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2011년 국토해양부 제1회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 수상이 우연이 아니다. 

  아름다운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굴비’로 유명한 법성포로 이어진다. 남도의 넉넉한 인심으로 차려진 굴비 한정식을 맛볼 일이다. 하지만 굴비를 맛보기 전에 먼저 들를 곳이 있다. 

법성진성에서 내려다본 법성포 전경


  포구 앞 식당가로 넘어가는 길목에 숲쟁이꽃동산이 손짓한다.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만개해 찾는 이들을 반기는 꽃동산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로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 10분여 걸어가면 불교의 최초 도래를 기념하는 성지가 조성되어 있다. 

  성지에는 다양한 불상과 조형물들이 조성되어 있다. 너무 깔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이지만, 불자들에게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게 해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가장 멋진 건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세운 승강기 탑 앞에서 내려다본 성지 경내와 칠산 앞바다, 그 너머 영광대교가 연출하는 풍광이다. 

백제불교 도래지에서 조망한 영광대교


  한군데 더 들러야 한다. 법성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법성진성이다. 언덕 위에 우뚝 선 팔각정에 오르면 화사한 벚꽃 사이로 법성포 전경이 펼쳐진다. 한때 조기잡이 배들로 불야성을 이뤘다는 포구 갯벌을 메꿔 인공섬을 조성한 게 조금 낯설지만 어째서 영광이 신령스러운 빛고을인지 스스로 알게 해준다.      

사철 꽃들이 만개하는 숲쟁이꽃동산


▶ 여행 수첩

  서해안 고속도로 고창 I.C나 영광 I.C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지만 북쪽에서 내려가는 길이라면 고창 I.C를 빠져나가는 걸 권하고 싶다. 가마미해수욕장에서 계마항을 거쳐 영광대교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백수해안도로 못지 않다. 여행의 마지막은 법성포 굴비 한정식으로 장식하는 게 좋다. 기름진 굴비구이 외에 조기매운탕과 간장게장을 비롯한 20여 가지 반찬이 여행으로 지친 배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남도의 인정이 넘치는 굴비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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