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과 겐조가 만났다
이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온갖 기기는 사랑하지만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내 사랑하는 디에디트 독자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결국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분이 관심이 있건 없건, H&M과 겐조의 만남의 핫핫 쏘 핫이니까.
11월 3일, 오늘, 지금, 바로 이순간, H&M(에디터H와 에디터M이 아니다)과 겐조가 함께 만든 컬렉션이 판매를 시작했다! SPA 브랜드인 H&M은 원래 매년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재작년엔 알렉산더 왕, 작년엔 발망. 모두 하나같이 완판을 기록했지. 아주 저렴한 브랜드가 아주 비싼 브랜드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이라고 보면 쉽겠다.
특히 작년 발망의 경우는 대단했다. 판매 시작 일주일 전부터 서울 명동 H&M 매장 앞은 노숙을 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뤘다(애플워치도 아닌데 노숙이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게다가 인터넷 게시판엔 원래 가격의 몇 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일단 가까운 예로 에디터H부터 난리였다. 그냥 흰 반팔티에 ‘BALMAIN’이란 글자가 프린트되어 있을 뿐인 티셔츠를 4만 9,000원에 사겠다고 수선을 떨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에디터H는 결국 사지 못 했다.
이렇게 촉이 좋은 H&M이 이번엔 겐조를 간택했다. 겐조는 젊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겐조 하면 아마 아직도 아래 사진 속 호랑이 얼굴이 그려진 맨투맨티를 떠올릴 것이다. 요즘 핫한 오방낭을 연상케 하는 총천연색의 화려한 컬러 그리고 과감한 애니멀 프린트는 겐조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사지 않아도 좋다. 일단 보자. 어차피 다 솔드 아웃일 테니까. 벌써부터 대박의 냄새가 난다. 킁킁. 아마 당신이 이번 컬렉션을 사고 싶어 한대도, 그건 온 우주의 기운이 뒤따라 주어야만 가능할 일이 될 것이다.
반짝반짝 눈이 부셔 오오오오오! 봐서 알겠지만 일단 아주 많이 화려하다. 단색이나, 무채색 같은 건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평범한 다운 재킷 하나에도 겐조 특유의 화려한 양념을 톡톡 뿌려냈다. 어떤 건 양념을 너무 너무 과하게 쳐서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 저 핑크 모자는 정말 쓰라고 만든 건가?
그래도 겁먹을 건 없다. 저 아이템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패션 감각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자. 겐조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이렇게 화려한 컬러의 스웨터는 무채색 일색인 겨울 패션에 반짝이는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이다. 힘을 주는 아이템 한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톤을 낮추면, 꽤 근사한 스타일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우리나라에서 꽤 고가인 겐조를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은가.
누군가 그랬다. 양말, 속옷 같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이템을 명품으로 질렀을 때야 비로소 내가 진정으로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내 통장을 위협하는 발언이지만 어쩐지 수긍이 가는 좋은 말이다. 옷이 부담스럽다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작고 귀여운 아이템을 겐조로 질러보자.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 쇼핑백처럼 보이는 겐조 24만 9,000원 짜리 레더 백이 좋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건 옷을 구매할 때 환경 부담금 100원만 내고 받아오는 종이 봉투가 아니다. 가죽 가방이다.
이번 H&M x 겐조 컬렉션은 서울 명동점, 잠실점, 압구정점, 그리고 부산 센텀시티점 이렇게 4개 매장에서 오전 8시부터 살 수 있으며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오전 9시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일단 사고 나중에 중고나라에 비싼 값으로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단 7개까지만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은 수량 제한 없이 살 수 있다고 하니, 우리 겐테크나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