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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Sep 13. 2017

애플 파크 통신

아이폰X와 아이폰8 이야기

여러분 안녕.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에디터H다. 여러분이 모두 예상하시는 그 이유 때문에 미국땅을 밟았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밤잠을 덜어가며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청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집에서 모니터로 보는 게 훨씬 쾌적한 시청 환경이다. 전 세계 미디어가 모인 이벤트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모든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마법의 공간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봐야, 애플 공식 영상 만큼 가까이서 깨끗하게 촬영할 수도 없고 말이다. 야구와 똑같다. 집에서 맥주 마시며 볼 수도 있는데, 굳이 직관을 나서는 이유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애플이 새롭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쭈욱 정리하며, 현장 분위기를 담뿍 담아 전해드리는 ‘애플 이벤트 직관 르뽀’다.



STEVE JOBS THEATER


내가 여기 머무르는 시간은 48시간 남짓. 미국에 왔다는 표현보다는 애플 캠퍼스를 방문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겐 이 거대한 땅덩어리 전체보다 애플의 모든 편집증적 면모를 한데 모아놓은 신사옥이 흥미로우니까.


애플의 새로운 캠퍼스, 소문 무성하던 애플 파크에 드디어 입성했다. 하늘도 맑고 날씨도 끝내준다. 그런데 뭔가 꼬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친근한 고향(?)의 냄새다. 나무마다 거름을 풍족하게 준 덕분에 원초적인 향기가 가득하다. 애플 파크는 사무 공간보다 녹지가 넓다. 이름처럼 거대한 공원 안에 건물을 세웠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캠퍼스 전체가 100% 재생 에너지로 가동되고 있었다.



이벤트가 열린 장소는 스티브 잡스 씨어터라는 이름의 극장이다. 건물 구조가 독특하고 아름답다. 높이 6미터를 넘는 투명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오로지 유리 원기둥 만으로 지붕을 지탱하게 설계돼 있다. 눈부시게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주변을 두르고 있는 나무들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외부와 내부과 구분되지 않는 느낌의 오픈된 공간이다. 사실은 애플 파크 전체가 그러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그를 기리기에는 더없이 완벽할 만큼 아름다운 장소였다.


그리고 이번 애플 이벤트는 스티브 잡스를 기억하는 일로 시작됐다.



APPLE WATCH


이제 애플워치 자랑할 시간이다. 작년에 애플워치가 전세계 워치 시장의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통있는 브랜드들의 이름이 애플워치 밑에 깔려있다. 묘한 기분이다. 애플워치 시리즈3는 역대급 변화를 맞았다.


셀룰러 모델이 나왔다. 혹자는 뒤늦은 판단이라고 말하겠지만, 어쨌든 오판은 아니니 환영하도록 하자. 이제 혼자서도 잘한다. 아이폰이 없어도 전화를 받거나,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애플워치의 심박계를 이용하고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식도 좀 더 정교해졌다. 애플워치 시리즈3는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내 심박수를 체크한다. 단순히 운동을 할 때만 심박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쉬고 있을 때나 운동 후 리커버리 타임에도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심박수’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졌을 경우에 알림을 보내는 기능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나는 애플이 하는 일 중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애플워치를 만든 이후로 애플은 끊임없이 ‘건강함’의 기준에 대해 넓은 포용력을 보여준다. 다양한 사용자의 ‘삶’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당뇨 환자의 건강한 일상, 휠체어를 타는 이의 운동, 그리고 심박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삶.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활동이 자유로운 사람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현장에서 잠시 만져보니 모든 조작이 너무나 부드럽다. 1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놀라울 만큼 달라졌다. 전화 기능 역시 컴플리케이션을 꺼내놓으면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쓸 수 있다. 어렵지 않다.


기압 고도계와 셀룰러 기능이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크기는 전작과 동일하다. 센서 부분이 0.2mm 정도 두꺼워졌다고는 하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차이다. 굳이 디자인상의 변화를 찾아보자면 셀룰러 모델의 크라운에만 포인트로 들어간 ‘빨간 점’. 빨가건 사과, 사과는 신상이다.



iPHONE8


아이폰7S를 건너뛰고 아이폰8이 등장했다. 이제 네이밍 순서는 혼돈의 카오스. 그렇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에 얼빠져 있을 틈이 없다. 아이폰8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급하고, 빠르다. 새로운 소재 하나하나에 공들여 자랑하고 생색내는 애플답지 않게, 새로운 글래스 마감 디자인을 드라이하게 소개해버린다. 그래, 다음에 소개할 다른 아이폰이 또 있다는 뜻이렸다.



하지만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기에 아이폰8은 너무너무 아름다우시다. 뜻밖의 씬스틸러. 아이폰6 시리즈부터 시작된 이 디자인이 아이폰8에서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광택이 풍부한 유리로 마감한 뒷면은 안테나 라인의 방해하나 없이 매끈하다.



알루미늄 마감과 작별하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생기지 않는 때깔이다. 스페이스 그레이와 골드, 실버의 세 가지 피니쉬로 출시되는데 기존에 봐 왔던 컬러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스페이스 그레이는 제트 블랙 같고, 골드는 로즈 골드를 닮았다.



주변 조명에 맞게 디스플레이의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해주는 트루 톤 디스플레이 기능이 들어갔다. 기존에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됐던 기능이다. 신제품이니 전작보다 퍼포먼스가 좋아진 건 당연한 얘기다. 그걸 가장 빠르게 실감할 수 있었던 건 증강현실 앱의 시연 과정이다. 아이폰8을 움직이는 것에 따라 엄청난 스피드로 장면 식별이 이루어지고 화면 안에 60fps의 그래픽 세계가 덧입혀지는 걸 보면 놀라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굉장히 부드럽게 조작된다.



카메라도 좋아졌다. 저조도에서 더 빠른 오토포커스 실력과 노이즈 억제력을 보여준다고. 물론 찍어봐야 알겠지만. 영상 촬영 관련해서는 실시간 이미지 분석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었다. 사진을 촬영할 때 그 정보를 2백만 개의 타일로 나누고 실시간으로 각각의 타일을 분석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 타일안에 담긴 정보가 잔디밭인지, 하늘인지, 모래인지, 피부인지를 분석해 각각의 텍스쳐를 살려준다는 것.



호평을 받았던 인물 사진 모드도 더 세련되게 다듬은 모습이다. 이제 심도 효과에다가 드라마틱한 조명 효과까지 추가할 수 있다. 5가지 조명 모드가 들어갔는데 아직은 베타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더 가다듬어서 멋진 효과를 줄 수 있으리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처럼 분위기 넘치는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더라. 애플이 공개한 사진을 보니 영화 속 한 컷처럼 스토리가 넘친다. 물론 인물이 누구인지에 따라 영화 장르가 많이 달라질 순 있겠다.



아, 그리고 글래스 마감 덕분에 드디어 Qi 규격의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무선 사랑해요. 아이폰8은 9월 22일에 출시된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ONE MORE THING…



속사포랩처럼 아이폰8의 순서가 끝났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다음 차례가 있다는걸. 팀 쿡이 ‘원 모어 띵’을 외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제 진짜를 보여줘!”같은 분위기다. 문득 궁금해진다. 10년 전 아이폰을 발표하던 순간의 현장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우리의 손가락이 멀티 터치를 깨닫던 그 계몽의 순간은 어땠을까.


10년의 세월을 넘긴 아이폰은 줄곧 ‘혁신’이라는 언덕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넘어왔다. 어떤 순간엔 이상할 만큼 무모하고, 어떤 순간엔 답답할 만큼 신중했다. 확실한 건 업계의 호사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애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뭐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그리고 오늘 공개된 아이폰X(아이폰텐으로 발음하셔야 한다)은 그 느낌의 절정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갈아 넣어서 만든 것처럼 생소하고 급진적이다. 항간의 루머를 통해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접한 상태였는데도, 막상 이게 진짜라고 하니 낯설다. 5.8인치의 널찍한 디스플레이는 OLED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베젤리스 디자인이 대세라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묘한 느낌이다. 3자 이마처럼 처리된 디스플레이 상단의 마감 때문일까.



앞모습을 디스플레이로 빼곡히 채워 넣었으니 홈버튼도 종적을 감췄다. 자연히 터치ID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된다. 터치ID 찬양자로서는 어떤 변화보다 애석하다. 아이폰X의 새로운 사용자 인증 시스템은 얼굴, 페이스ID다. 가면이나 사진을 이용한 위장 행위를 방지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완성도나 반응성은 훌륭했지만, 지문인식만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적어도 한 겨울에 장갑을 벗어야 할 일은 없게 된 걸까.



후면 카메라 성능은 아이폰8과 동일하지만, 아이폰X엔 특별한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전면 카메라에서도 인물 사진 모드를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것. 전면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재밌는 게 많다. 내 표정을 이모티콘에 입힐 수 있는 ‘애니모티콘’도 그 중 하나다.


아이폰X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인 만큼 현장에서 만져본 소감을 따로 준비할 예정이다.


AirPower



숨 가쁜 이벤트가 끝나갈 즈음, 충격적인 제품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에어파워라니. 네이밍 센스는 조금 구리지만, 충격적인 제품이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을 모두 함께 충전할 수 있단. 꿈인가? 기적인가? 애석하게도 2018년 발매 예정인 액세서리다. 아이팟의 경우엔 별매 무선 충전 케이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렇게 충전할 수 있다면 나는 몽땅 사겠다.



누가 뭐래도 애플 제품군 중 아이폰은 각별하고, 특별하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바꾸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가장 다양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제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이번 핸즈온 섹션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내 작은 몸집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간신히 발돋움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었다. 아이폰X 한 번 알현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손바닥 만한 기기 앞에 드리운 수 백대의 카메라를 보라. 이렇게 작은 기기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오늘만 임시로 오픈했다는 애플 파크 내 스토어에 잠시 들러 에르메스 애플워치를 탐욕의 눈으로 바라보다 돌아왔다. 갖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기술은 우리를 눈 뜨게 하고, 욕망은 나를 글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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