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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ug 12. 2016

씨게이트가 디에디트를 하드캐리

나스를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10TB로 채워보자

에디터M과 둘이서 리뷰 사이트 ‘디 에디트’를 운영한지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매일매일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웹 호스팅부터 사이트 개발, 이메일 계정 설정까지 어쩜 그렇게 쉬운 게 하나도 없는지. 사이트란 뚝딱 만들어지고, 호스팅은 땅에서 솟는 것이며, 포토샵이란 원래 PC에 깔려있는 건줄 알았던 우리에게 인생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진짜 그런 줄 알았다는 뜻은 아니다). 


첫 고난은 다른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었던 우리 사이트의 개발이 끝나갈 때쯤에 내가 실수로 ‘reset all’ 버튼을 클릭했던 것이다. 사이트가 깨끗하게 초기화된 모습을 보며 눈물이 벅차올랐었지. 그다음은 특정 플러그인을 실수로 삭제했다가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게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매일매일이 사고의 연속이고 공부해야 할 것 투성이였다. 돈 들어갈 일도 참 많았다. 어도비 프로그램과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정액제로 결제했다. 에디터M은 사진 보정을 배우고, 나는 동영상 편집을 배우기로 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았다. 사진 레이아웃도 예쁘게 만들고 싶고, 동영상 리뷰도 하고 싶고. 당연히 카메라도 필요했다. 으쌰으쌰 공부하고 편집하고, 쉴 새 없이 콘텐츠를 만들던 우리는 다음 난관에 봉착했다.


고해상도 사진 원본과 4K 해상도로 촬영한 동영상 원본 소스가 하드에 켜켜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영상 파일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덩치가 컸다. 게다가 편집 데이터를 다 품고 있는 원본 파일은 더 컸다. 우리의 비좁은 맥북 하드는 금세 만원 버스처럼 숨 막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원본을 함부로 삭제할 수도 없었다. 외장하드를 살까 생각했지만, 둘이서 쉬지 않고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니 효용성이 떨어졌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결제할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 ‘나스’를 추천했다.

나스(NAS)? 그건 내가 직접 네트워크 설정도 해야 하고 엄청 어려운 거 아닌가? 그냥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게 쉽지 않을까? 둘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았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너무나 어려워 보이던 나스는 장점도 많아 보였다. 한 번 구입해 놓으면 추가 유지 비용도 많지 않고, 내 데이터를 내 개인 장비에 보관한다는 점에서 보안에 대한 걱정도 없어 보였다.

그다음 우리의 고민은 세 가지였다. 우린 뭐든 잘 망가뜨리는 여자들인데 사후 서비스 지원이 제대로 되는지, 한동안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용량이 큰지. 그리고 예쁜 디자인의 제품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운 좋게 지인이 가진 여분의 씨놀로지 나스를 얻어왔다. 이제 HDD만 채워 넣으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씨게이트의 제품을 선택했다. 무려 10TB 용량의 나스용 하드가 있더라. 저거면 영원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재밌는 건 그동안 씨게이트가 굉장히 딱딱한 이미지의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제품 라인업에 따라 차별화된 캐릭터라이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괜히 더 좋아 보이고 관심이 갔다.

하드 업체라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며,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로 제품 라인업을 나눠두고 날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씨게이트가 포켓몬 부럽지 않은 캐리터 설정으로 리브랜딩에 나섰다. 에디터M도 씨게이트가 새롭게 선보인 캐릭터를 보면서 “멋있으니까 이거 어때?”라고 묻더라. 모든 브랜드는 결국 이미지가 반이라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난 김에 재밌는 것 같아 씨게이트의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가겠다. 밀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 네임은 ‘더 가디언 시리즈’로 제품군은 ‘바라쿠다 프로(BarraCuda Pro)’, ‘아이언울프(IronWolf)’, ‘스카이호크(SkyHawk)’이다.


그린 컬러의 바라쿠다 프로 라인업은 본래 데스크톱 HDD라는 재미없는 이름이었다. 바꾸길 정말 잘했다. 원래 이름은 PC 브랜드 이름이 ‘컴퓨터’인 것과 같지 않나. 신뢰감을 주는 그린 컬러를 베이스로 용인지 물고기인지 알 수 없는 캐릭터를 미니멀하게 담아냈다. 꽤 근사하다. 절전 기능을 갖춘 데스톱용 드라이브로, 7200 RPM의 디스크 회전 속도를 자랑한다. 5년의 보증 기간이 아주 매력적이다. 제품에 그려진 로고는 ‘시크 버전’.

에디터M이 보고 “포켓몬 같다”라며 자지러지게 좋아한 것은 ‘귀요미 버전’의 캐릭터다. 양 뺨에 지느러미를 형상화한 초록색 장식(?)이 붙어있는 바라쿠다 캐릭터는 상당히 귀엽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배추도사를 떠올리게 하는 컬러 조합이지만 여하튼 귀엽다.

레드 컬러의 아이언울프 라인업은 내가 선택한 나스용 제품군이다. 캐릭터도 가장 늠름하고 멋있다. 강렬한 레드 컬러에 걸맞게 성능도 막강하다. 디 에디트는 아직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비좁은 내 방 책상 위에 나스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하는 일은 많은지라 대용량 스토리지가 절실하다. 그래서 단일 드라이브로는 최대 용량인 씨게이트의 10TB를 고른 것. 보통 이 정도 용량을 갖추려면 드라이브 여러 개가 필요하다. 1TB 짜리로 꾸린다면 무려 10개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럼 물리적인 크기가 너무 커지니까 내 책상이 무너질지도 몰라…

우리의 데이터는 소중하니.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위해 레이드1 모드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레이드1 모드는 1번 하드에서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를 2번 하드에 실시간으로 백업해두는 방식이다. 복제 버전이 있는 거랄까? 영상을 업으로 하는 내 친구는 끔찍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스를 항상 이렇게 사용한다고 하더라. 결국 같은 용량의 하드가 두 개 있어야 이렇게 미러링 방식으로 백업할 수 있으니, 단일 하드의 용량이 크면 클수록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겠다. 내가 괜히 큰 용량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레이드1 모드는 가용 용량이 반으로 줄어들지만  10TB 가까운 용량을 사용할 수 있으니 충분하다.

헬륨방식으로 생산했다는 설명도 우리의 관심을 잡아 끌었다. 하드에 헬륨을? 대체 왜? 모를 땐 공부해야 하는 법. 호기심이 솟구쳐 어설프게 공부해 봤다. 이렇게 고용량 하드를 구현하려면 저용량 하드보다 더 많으 플래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물리적인 공기저항이 높아지면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특정 부품이 회전하며 저항이 세지면 발열이나 소음이 심해지는 건 기술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하드 내부에 공기보다 밀도가 낮은 헬륨을 채워 넣는 것이다. 헬륨을 주입하면 저항이 줄어들어 발열이나 소음도 덜고 성능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귀가 솔깃한 원리다. 내 몸 안에도 밀도가 낮은 헬륨을 주입하고 싶다. 성능 좀 올라가게… 요즘 왜 이리 몸이 무거운지….

아이언울프도 귀요미 버전 캐릭터가 있는데, 빨간 눈동자의 늑대 캐릭터는 바라쿠다의 물고기보다 훨씬 귀엽다. 제품 패키지 전면에는 이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던데 나름대로 재밌다. 씨게이트가 만들어가려는 라인업 별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와는 상충될지 몰라도, HDD나 NAS 같은 단어를 들으면 잘 모르겠다고 몸서리치는 에디터M 같은 여자에게는 친근하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라인업은 스카이호크. 탁 트인 느낌의 시원한 블루를 사용한 영상 감시 특화 드라이브다. 업계 최초로 64대의 HD 영상을 동시에 지원한다고. 0℃~70℃의 온조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강인한 제품이다. 함께 소개한 가디언 시리즈 중 가장 캐릭터가 확실한 녀석(?)이다. 보안 감시 솔루션에 최적화된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스카이호크라는 캐릭터로 잘 나타냈다. 64대의 카메라를 모두 놓치지 않고 녹화할 수 있는 호크아이! 뭐, 이런 느낌.

스카이호크 라인업의 귀요미 버전 캐릭터는 보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아. 한화 이글스 마스코트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씨게이트는 ‘캐릭터’라는 수단으로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특화 설계한 각각의 제품군을 세련된 방식으로 어필했다.


나는 새로운 이미지와 새로운 캐릭터를 통한 리브랜딩 작업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는 편이다.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예를 들어볼까?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오랫동안 변함없는 전통적인 디자인과 이미지로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 돌연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연출해 ‘고루하다’는 인식을 뒤집었다. 결과는 훌륭했다.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IT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되는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그런데 발전한 기술을 포장해 보여주는 데는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구찌와 비교하자면 너무 멀어 보이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에선 똑같지 않은가. 스토리지에는 관심도 없던 디 에디트의 두 여자가 씨게이트가 발표한 새로운 캐릭터 라인업에 혹해 제품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쨌든 10TB의 공간이 생겼으니 우리의 맥북은 숨 쉴 공간이 생겼다. 우린 앞으로도 열심히 열심히 소처럼 기사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서 10TB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아마 그때쯤엔 나스 전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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