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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by 디에디트 Oct 11. 2018

여기가 그렇게 핫하다는 라이즈호텔인가요?

주변에서 너무 핫하다, 힙하다 그러면 괜히 더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라이즈 호텔이 그랬다.



정확한 명칭은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올해 4월에 홍대 금싸라기 땅에 오픈한 부티크 호텔이다. 1층에 그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 매장이 입점한데다 위치도 끝내줬기 때문에 오픈과 동시에 입소문을 탔다.



핫한 호텔이라는 소문을 듣고도 도장깨기를 망설였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꼬마 신사 숙녀 여러분으로 버글거리는 홍대입구역 바로 옆이라는 게 걸렸다. 편안한 휴식차 떠나는 것인데 정신없는 홍대 앞이라니. 거기다 낡은 옛 서교호텔을 리모델링 했다는 점도 썩 끌리지 않았다. 객실료마저 만만치 않았다. 클럽 라운지나 수영장도 없는 호텔인데 1박에 30만원 가까운 객실료를 고수하더라. 설상가상으로 투숙객에게도 주차 요금을 받는다. 가보기도 전에 마음의 허들이 높아졌다. 그 돈이면 차라리 다른 곳을…!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홍대 땅을 밟았다. 비슷비슷한 서울 호텔 투어에 질려가던 터라 이제 라이즈를 탐구할 때가 왔다 싶더라. 체크인할 당시엔 밤샘과 과로에 시달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1층에 프론트 데스크가 없어서 헤매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근사한 인테리어 같은 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오래 키우던 선인장이 죽은 사람 같은 표정으로 체크인을 요청했다. 직원들은 모두 젊었다. 아, 그런데 신생 호텔답지 않게 너무나 세심하고 노련한 접객이었다. 지나치지도 않았고, 친절하고, 간결했다. 마음이 절로 녹아내렸다. 직원이 룸키를 건네며 혹시 아픈 데가 있냐고 묻더라. 가방을 방까지 혼자 들고 갈 수 있겠냐는 얘기였다. 나는 못된 속내를 들킨 사람처럼 당황하며 괜찮다고 거듭 외치고 돌아섰다. 그제서야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더라.



빨간 철근으로 만든 조형물은 권경환 작가의 작품이다. 럭셔리한 화려함은 아니지만 라이즈에 잘 어울린다. 호텔 곳곳에 작가의 기하학적인 작품이 걸려있는데 각도에 따라 마치 샹들리에처럼 보여서 재밌다.



2층에서 원형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면 1층의 베이커리가 보인다. 다들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 뒤에도 언급하겠지만 이 호텔은 굉장히 포토제닉하다. 하루 쉬어가는 이들이 만족할 만한 인증샷을 찍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컬러나 소품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알고보면 메리어트 그룹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이 호텔에 흐르는 자유분방한 정서에 비해 서비스가 아주 안정적이다. 인테리어만 신경쓴 신생 부티크 호텔들의 모텔급 서비스에 당황했던 적이 많은지라 기대 이상의 접객에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그래. 시작부터 호텔왕인척 센 척했지만 라이즈는 좋았다. 이제서야 가본 게 후회될 만큼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나는 가장 기본 객실인 크리에이터 룸을 예약했다.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이라는 모토로 꾸며진 객실이다. 들어가자마자 방이 마음에 들어 카메라부터 꺼냈다. 문을 열자마자 예쁘다.



감각적인 컬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름처럼 크리에이티브한 기운을 뿜어낸다.



디에디트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이 객실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짙은 색으로 벽을 칠해도 멋지구나! 우리도 어두운 색으로 칠하자!



객실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트 워크도 마음에 쏙 든다. 저비용 고효율! 별거 아닌데 괜히 되게 멋지다. 우리 사무실에도 이렇게 설치하고 싶다.



침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의 뷰가 그림 같다. 머리맡에 붙은 그림과 벽면의 엠보싱 쿠션, 은은하게 떨어지는 조명. 평면적인 인테리어에 볼륨감과 그림자를 활용해 분위기를 만들었다. 조명이 닿는 곳과 어두운 곳의 컬러 대비가 근사하다.



객실에 비치된 아이템도 전반적으로 영(young)하다. 고가의 스피커 대신 붐마스터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다. 원목 소재의 아이템이라 전반적인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 들어보진 않았다. 내 맥북 스피커가 더 좋을 것 같아서.



작은 플라스틱 통이 있길래 궁금해서 열어보니 공기였다. 20년 만에 만나보는 추억의 장난감이다. 이거야말로 라이즈 호텔이라 가능한 위트다. 귀엽지만 마냥 가볍지 않다. 오랜만에 공기를 잡아보는 내국인 손님에게도, 공기를 처음 접해보는 외국인 손님에게도 재밌는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바닥에 앉아 도전해봤다. 워낙 곰손이라 1단을 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공기에는 소질이 없었다.


[TV 앞에 서서 바라본 모습]


홍대나 강남 인근의 부티크 호텔이 그러하듯 큰 객실은 아니다. 문 뒤에 여행 가방을 풀어 놓으니 나중에 문을 열고 닫기가 벅찰 정도였다. 하지만 비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어진 공간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침대에 누워서 바라본 모습]


스위트룸이 아닌 이상 호텔 객실은 TV 화면을 중심으로 공간의 목적이 구분 지어진다. 대부분 침대에서 TV를 볼 수 있게 배치하는 경우가 많고, 더러는 TV와 침대를 등져서 침실과 거실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객실은 침대 앞부분에 2인용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함으로써 거실 공간과 침실을 깨끗하게 분리했다. 동시에 어디에 앉아도 한 방향으로 TV 화면을 바라볼 수 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늦은 밤까지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노닥거리고, TV도 보다가 졸리면 침대에 눕는다. 아직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았다. 침대에서 화면을 보면서 잠이 들 듯 말 듯한 나태함을 마음껏 즐긴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 한 캔을 땄다. 노트북부터 펼치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



맥주 한 캔을 끝낼 무렵에 객실 벨이 울린다. 내가 예약한 패키지엔 스파클린 와인 한 병과 과일이 포함돼 있었다. 직원이 들어와 예쁘게 세팅해주고 나간다. 냅킨을 접어온 모양이 완전 취향 저격이다.



침구는 그럭저럭. 썩 만족스럽진 못했다. 두 겹을 쌓아올려도 푹푹 꺼지는 베개라 기대 누워서 TV를 보기엔 각도가 나오지 않더라.



새로 공사한 호텔답게 충전 단자가 넉넉하다. 침대 오른쪽 왼쪽에 모두 220V 콘센트와 2개의 USB 단자가 마련돼 있다. 두 사람이 눕더라도 각자 공평하게 자신의 전자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침대 좌우의 무드 등과 독서 등을 각각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침대에서 내려오면 발바닥이 포근하다. 좌우에 기다란 러그를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침대에 내려와 차가운 바닥을 밟게 되는 경험보다는, 부드러운 러그를 밟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사려 깊은 경험에 잔잔한 박수를.



객실에 비치된 로브는 글래드 호텔의 것과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까끌까끌할 것 같아서 입지 않으려 했는데, 만져보니 아주 부드럽다. 후디를 가운으로 만든 것 같은 편안함이다. 요즘 뜨고 있는 국내 브랜드 ‘이세(IISE)’와의 협업으로 만든 제품이더라. 이세는 한옥 창틀의 격자무늬 같은 한국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스트리트 패션으로 풀어낸 멋진 브랜드다. 이 작은 방 여기저기에 풍부한 스토리가 숨어있는 것 같아서 호기심이 동한다.



화장실은 도끼다시 소재로 마감했다. 이 얼굴덜룩한 돌판 소재를 도끼다시라고 부른다. 우리 사무실 바닥이 이 소재라서 알게된 명칭이다. 사실 우리 것은 4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이 호텔의 도끼다시는 맨들 맨들 깨끗하고 윤이나는 새 것이다. 사무실에서 보던 도끼다시를 여기서 보려니 반갑다. 어메니티 수준은 보통. 자체 브랜드를 사용했다. 깔끔한 포장이나 마스크팩을 주는 세심함은 칭찬하고 싶다.



전망은 그냥 홍대 전망. 빌딩 숲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동네도 아니고, 한강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한밤중이 되면 오히려 이국적이다. 홍대 일대의 절망에 가까운 교통 정체가 도로 위에 붉은 불빛을 수놓는다. 아주 늦은 시간까지도 차가 얼마나 많던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꽤 화려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저녁은 4층 롱침에서 해결했다. 롱침은 타이 푸드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이 단 하나 있는데 태국 음식을 팔 다니! 정말 과감한 결단이다. 데이비드 톰슨 셰프가 지휘하는 이 레스토랑은 방콕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이 스트리트 푸드지 인테리어는 호화찬란하다. 밤에 식사와 칵테일을 즐기러 가기 괜찮은 곳이다. 음식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한다. 간이 아주 센 편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는데, 방문했던 날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아주 붐비더라. 예약 없이 온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입맛에 딱 들어맞진 않았지만, 재미있는 한 끼였다. 흔한 뷔페식 레스토랑 대신 롱침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든다.



저녁이 섭섭했는지 야밤에 룸서비스로 피자를 시켰다. 배달 피자처럼 종이 박스에 담겨 온다. 맛은 괜찮았다. 아까 받았던 와인까지 곁들이니 배부르고 행복한 밤이다. 혼자 한 병을 거의 다 마시고 취해서 잠이 들었다.



조식은 어젯밤 식사를 했던 롱침에 차려진다. 아침 식사도 태국식인 건 아니다. 뷔페도 있지만 간단한 것들만 있고, 단품 메뉴를 하나씩 주문할 수 있다. 나는 에그 베네딕트를 골랐다. 깔끔해서 좋았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하게 지쳐있는 와중에 간신히 시간을 내어 방문한 일정이었다. 충분한 휴식이 됐다. 솔직히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아무 기대가 없었다. 젊은 스트리트 감성을 녹여낸 산만한 호텔일거라 생각했다. 나의 삐뚤어진 기대가 보기 좋게 엇나갔다. 짜임새 있는 공간, 안정적인 서비스, 포토제닉한 인테리어, 위트있는 소품, 핫한 베이커리까지. 가능했다면 하루 더 묵고 싶을 정도였다.


체크아웃 후에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니 스텝이 와서 잽싸게 도와주더라. 친근하게 자기 이름을 소개하며 언제든 편하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는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홍대의 언어로 고급 호텔의 서비스를 번역한 느낌이랄까. 나서는 순간까지 기분이 좋았다.



내친김에 타르틴까지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베이커리도 방문했다. 빵을 몇 개 고르니 3만 원에 육박하더라. 시나몬과 버터가 듬뿍 들어가 사치스러운 맛이었다. 얌냠.



요즘은 스테이와 베케이션의 합성어인 스테이케이션을 지나, 플레이를 합성한 ‘플레이케이션’이라는 말을 붙이더라. 미디어에서 만든 조악한 합성어지만 이곳과 잘 어울리는 의미다. 젖과 꿀이 흐르는 클럽 라운지가 없고, 수영장이 없어도 충분히 다른 재미를 주는 곳이다.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맞이해주는 핑크색 바닥과 독특한 편집샵, 갤러리, 조명, 조형물이 조화롭게 얽혀있다. 르 챔버 출신의 바텐더들을 만날 수 있는 루프 탑 바 역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청담의 서비스에 홍대의 재미를 녹여낸 좋은 결과다. 놀러가자. 홍대답지만 홍대같지 않은 이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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