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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 되었나 II

#오늘하루영감문장

by The Emilia Moment


[2년 전 오늘]

눌재 이홍준의「자명(自銘)」을 읽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닌 어떤 것이 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구나.

짐짓 의연한 척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원망하고 있었구나.

내가 아닌 어떤 것이 되려고 하면
끝내 실패라는 걸 모르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실패와 무력감을 맛본다는 걸 모르고.​​



그렇다면 지금은 나는 어떠한가.

2년 전 쓴 글에서 바랐던 모습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고 있는가? 조금은 더 나다운 내가 되었나?

조금은 그러하다고.
최소한 내가 쓴 글 속의 허영과 허세를, 그 이면의 참된 바람을 조금은 더 맑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의 내가 2년 전의 내 모습 그대로가 아니어서 좋다. 조금은 나다워진 내게 고맙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애쓴 시간 속의 나를 칭찬하며 2년 전 오늘의 생각을 이렇게 고쳐 쓴다.

'계속 애쓰렴. 조금 더 내 모습 그대로의 내가 될 2년 뒤의 나를 꿈꾸며'

(그리고 2년 전에 쓴 그대로)
어쩜 삶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가볍고, 꽤 근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재주도 없고 덕도 없어 못난이 같은 날도 많지만 그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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