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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18. 2024

Chapter 9. 회상

잃어버린 이유를 찾아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희망 넘치고 평화롭던 유람의 가정이었다. 지난 인터랙트 시간의 주제는 곧 여섯 살이 될 딸 유선이에게 어떤 생일을 남겨주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터랙트 속 멘토는 작은 유선이에게 꼭 화려하고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선이는 선천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기가 약해서 어릴 때부터 틈이 날 때마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작 생일 파티가 아이의 선천적인 성향을 바꿔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한 유람이었지만, 옆에서 열심히 필기하는 남편 선우를 보니 이번에도 얼추 선우가 다 준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럴 거면 더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떤 파티를 열면 될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인터랙트 속 멘토는 그런 구체적인 부분들까지 알려주지 않고 늘 선우와 유람의 몫을 남겨주었다.


    그렇게 바쁜 며칠이 흘러 유선이의 생일이 딱 다섯 밤 남은 날 저녁, 선우는 유선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멋진 생일 파티를 열어줄 궁리를 하며 여전히 업무를 하는 아내 유람에게 말을 건넸다.


    “온 동네에 소문이 나야 해, 우리 유선이가 가장 스케일 큰 여섯 살짜리 꼬맹이라고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볼링장을 대여하는 건 어때? 게다가 유선이가 좋아하는 코끼리 컨셉으로 볼링장을 다 꾸미는 거야. 케이크도 유선이만큼 커다란 코끼리 모양 케이크로 준비하자! 나 바로 볼링장 대여 알아본다?”


    선우가 장난스럽게 발을 구르며 평소보다 다소 높은 톤으로 이야기했다.


    유람은 식탁에 앉아 1분마다 쌓이는 업무 메일을 확인하느라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볼링장은 안돼, 위험해. 코끼리는 무슨 코끼리야, 사진 예쁘게 나오려면 꽃장식이 된 케이크가 낫지. 애들 케이크 많이 먹지도 못해서 큰 거 해봤자 다 남아.”


    선우는 김이 샌 듯 푸욱 한숨을 쉬며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아니, 당신은 아직도 퇴근을 못 했어? 지금 밤 아홉 시가 다 돼가. 아까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오늘은 우리 유선이 생일 파티 다 기획하고 예약도 해놓기로 했잖아. 이렇게 말 안 들을 거면 인터랙트는 왜 하는 거야, 그냥 알아서 우리 마음대로 키우지.”


    불만스럽게 궁시렁거리는 선우의 음성에도 유람의 키보드 자판은 쉴 틈 없이 눌러졌다. 아무 대꾸 없는 유람을 지켜보다 선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그냥 당신이 장소랑 케이크랑 음식 알아서 예약해. 말하는 것마다 다 싫다고 하면 나는 더 이상 모르겠으니까.”


    그제서야 유람은 서운함이 가득 묻어있는 선우의 뒷모습을,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선우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유람은 그럴 에너지가 없었다. 이번 주 내내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유람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우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상사가 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이 정도면 엄마로서 나쁠 게 또 뭔가. 틈만 나면 자신을 무심하고 냉정한 엄마인 듯 몰아가는 선우가 야속하기만 한데, 오늘도 유람은 그게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내지 못했다.


    유람은 선우가 별것도 아닌 것 갖고 괜히 유난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여섯 살짜리 아이 생일 파티 하나 준비하는 게 뭐 일이라고. 유람은 엑셀 파일 창을 닫고 웹 창을 켜 한강 공원 대여를 검색했다.


    클릭.


    예약이 다 차 있는 공원들은 필터를 걸어 제외한 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한강 제6 공원의 연락처를 적었다. 이 정도는 해야 성대하고 화려한 생일파티가 아니겠는가. 한강 공원 한 개를 창창한 토요일 오후, 반나절 정도 대여하면 딱일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선이의 생일은 화요일이지만 목요일까지는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 계약 건이 잡혀있어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이왕이면 다들 여유 있는 주말에 파티를 하면 되겠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당화하며 예약을 눌렀다.


    클릭.


    뛰어놀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은 한강 잔디밭을 뛰놀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피크닉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일 파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면 어차피 다들 인터랙트 시간이 잡혀있을 터라, 부모들은 시끄럽고 어두운 볼링장보다는 한적한 한강 공원이 잠깐 나가서 인터랙트를 하고 오기에 더 적합한 장소일 거라 내심 세심한 자신의 모습에 뿌듯했다. 점심은 한강 공원 안에 있는 웨딩홀에서 먹고, 티타임은 바로 아래층 카페에 요청해서 한강 잔디밭에 디저트를 세팅해달라고 할 수 있으니 완벽했다. 유람은 케이크는 웨딩홀에서 주문할지 고민하다 마침내 웨딩홀 케이크는 너무 결혼식 케이크 같아서 이상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결국 케이크는 아래층 카페에 예약 주문해 두기로 메모해 두었다.


    클릭.


    유람은 컨퍼런스 자료를 정리하듯 척척 플랜을 세우며 웹서칭을 했다. 이십 분이 채 지났을까, 아이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업체의 전화번호와 주문해야 할 음식이나 서비스 목록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선우도 유람의 노력에 서운함이 풀릴 게 분명했다. 작성한 리스트를 스크린샷 찍어 안방에서 있는 선우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머지않아 고요했던 안방에서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한강 제6 공원을 반나절 대여했는데요…”


    선우의 주눅든 통화 소리에 유람은 안도의 미소를 짓고 다시 엑셀 파일을 열었다.


-


    유선이의 여섯번째 생일 파티를 연 날은 하늘이 파란 날이었다. 유람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보다 이렇게 솜사탕 같은 흰 구름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하늘이 더욱 좋았다. 흰 구름 때문에 파란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인달까. 


    시끌벅적한 토요일 오후, 유람의 서칭 능력과 선우의 정성 어린 준비가 만들어낸 유선의 생일 파티는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유람의 똑 부러진 요청 사항들로 부모들과 아이들이 따로 식사할 수 있게끔 방을 두 개 잡은 것은 물론이며, 음식도 알러지프리와 비건 메뉴들을 넉넉히 준비해 둔 덕에 모두가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 예약해 둔 야외 디저트 케이터링 서비스로 햇살 좋은 날 드넓은 한강 공원에서 유선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케이크 커팅까지 완료했다. 


    큼지막한 생일 이벤트들이 전부 지나가고, 유선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물 열어보기 시간 전, 다른 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람 씨, 유선이 이름이 너무 예뻐요. 한자가 뭐예요?”


    이름 모를 아이의 엄마가 물었다.


    “아, 유선이 이름이요….”


    선우는 재빨리 유람 대신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답하였다. 


    “생각할 이유에 착할 선이에요.”


    “어머, 너무 뜻이 좋네요. 어쩐지 유선이가 어린데도 너무 지혜롭고 마음씨가 예뻐요. 아이 이름까지 인터랙트가 지어주면 너무 좋겠는데, 우리가 정한 이름을 등록해야지만 인터랙트가 작동하니 저는 아이 낳고 이름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네요. 내가 하도 고생하면서 이름을 지어서 그런지, 다른 부모들은 인터랙트 없이 얼마나 좋은 이름을 지었나, 그게 제일 궁금해요. 아이의 인생에 부모가 날것 그대로 개입할 방법이 이름밖에 없잖아요. 형편없는 이름으로 지은 부모를 보면, 참 인터랙트가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니까요. 다른 결정들도 그런 사람들이 자기네들 마음대로 해버리면 아이 인생 망칠 거 아니에요!”


    그 말에 듣고 있던 다른 부모들도 함께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까지 쳐가며 소리 내 웃었다.


    “맞아요. 저도 아이가 셋이지만 여태껏 아이를 위해 스스로 한 건 이름 지어준 것밖에 없다니까요. 곧 머지않아 아예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역할들도 대신해 주는 로봇이 개발되는 거 아닐까요? 로봇들이 우리 대신 이렇게 한강에서 아이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해서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또 다른 아이의 엄마가 농담을 던지자 듣고 있던 학부모들의 웃음소리는 한 단계 더 커졌다.


    적당히 웃고 있던 유람의 얼굴에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유람은 숨을 한번 고른 후 작고 차가운 목소리로 웃음소리들을 비집고 들어가 깨트렸다.


    “선우 씨가 괜히 또 과장을 했네요. 유선이 이름, 사실 아이 생각하면서 한자 고르고 이름 지은 거 아니에요. 유선의 유는 제 이름 유람에서 따온 거고, 선은 제 남편 선우 씨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제가 인터랙트 없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날카로움을 숨기고자 별거 아닌 것처럼 유람은 굳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저는 인터랙트 없으면 유선이 절대 못 키워요. 어우, 어떻게 부모가 스스로의 힘으로 한 생명을 온전히 키워내겠어요. 오늘, 이 파티도, 인터랙트 멘토가 신신당부한 파티라니까요.”


    선우는 당황한 기색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학부모들이 놀랄 틈도 없이 유람의 말에 이어 붙였다.


    “그래도 인터랙트가 있어서 절대 아이 안 낳겠다던 우리 아내를 겨우 설득한 거라니까요. 육아까지 우리 몫이었으면 와이프랑 저는 평생 아이 없이 살았을 거예요. 다들 아시잖아요. 우리 유람 씨 많이 엄마다워진 거. 유선이 여섯 살 되는 생일파티라고 한강공원도 집 앞 제3 공원 말고 제6 공원으로 맞춰서 알아본 거 보고, 제가 그동안 서운했던 게 싹 내려갔었어요.”


    유람은 눈을 피했다. 일부러 제6 공원을 찾은 건 아니였다. 그저 당시에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공원이 제6 공원밖에 없었을 뿐인데. 의도하진 않았지만, 괜히 거짓말을 한 것 같아진 상황이 불편했다. 아직 인터랙트 시간까지 이십 분 정도 남아있지만, 잠깐 숨통 트일 시간이 필요했던 유람은 선우에게 귓속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유람은 어릴 적부터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모든 게 지겹다는 표정과 어른들의 아양을 꿰뚫어 보는 차가움은 유람의 타고난 성향이었다. 유람의 미적지근한 반응들에 머쓱해진 어른들은 되려 허허 웃으며 유람이가 나이에 비해 아주 똑똑하고 성숙하다며 붕 떠 있는 칭찬을 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유람은 그 칭찬이 진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아는 것들을 모른 채하지 않고 딱딱 짚어가며 어른들을 당황하게 했다.


    유람의 일곱 번째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람의 어머니는 유람에게 작은 종이를 내밀며 산타클로스에게 갖고싶은 선물을 적어주면 본인이 직접 산타클로스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유람은 종이를 받아 들고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 냈다.


    어머니에게 종이를 내밀며 유람은 나지막이 한마디 뱉었다.


    “산타가 한국말도 할 줄 아나 보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굳이 그래야 했나 싶은 유람이었다. 그 당시에는 시치미를 뚝 떼며 산타클로스에게 종이를 전달하겠다던 어머니에게 굳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날 적막과 함께 어머니가 전해준 선물은 유람이 적어낸 그대로였지만 제대로 떼지도 못한 가격표 스티커와 봉지 속 담겨있던 마트 영수증은 유람에게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영수증을 어머니에게 전해주며 세일도 안 하는 거로 사 오시느라 무리하셨다고 말하는 유람에게서 어른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이 아마 유람이 처음으로 어른들이 자신들보다 똑똑한 아이들을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그 후 유람은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뻔한 것도 놀라운 척 연기를 했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유람의 가면이었다. 아무리 슬픈 척을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고, 기쁜 연기는 늘 한 박자 느려 모두에게 어색함을 안겨주었다. 그래도 유람은 그때부터 매일매일 사람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학습했고 그 모습 그대로 자라나 사회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유람의 부하직원들은 유람에 늘 침착하고 일관성 있는 리더라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유람의 상사는 유람의 센스와 적중하는 감각을 신뢰했다. 유람의 지인들은 유람을 지혜롭다고 여기며 자주 고민거리를 늘어놓았고, 유선이 학부모들은 유람을 멋진 커리어우먼이라며 질투 섞인 칭찬했다.


    유람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유람의 고향 친구 지선과 남편 선우밖에 없었다. 그들은 유람을 무디고, 단순하고, 독하고, 아프다고 이야기했다. 유람이 버틸 수 있는 가면의 무게는 일정하지 않아서 어떤 날은 도망치듯 사람들을 벗어나 본연의 차갑고 무감각한 자신으로 돌아와야 했다. 신데렐라가 구두도 던져놓고 뛰쳐나가던 그 절박함을 유람은 이해했다.


    그날도 유람은 신데렐라의 저주가 깨지기 전 최대한 빠르게 한강 공원 바깥쪽으로 도망쳐 나왔다. 한 박자라도 빠르게 학부모들의 무리와 멀어지고 싶었던 유람을 막은 건 다름 아닌 금발의 외국인 여자였다. 금발의 그녀는 유람보다 더욱 다급한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승마장의 말이 옆을 보지 못하듯,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유람이 있던 자리로 도망치듯 걸어와 그대로 어깨를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 바빠서 죄송합니다.”


    부딪힘과 동시에 서툰 한국어로 죄송하다며 외친 그녀의 눈은 유람이 가장 아끼는 에메랄드 보석 목걸이보다 빛났다. 유람은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감탄하며 자동 응답기처럼 괜찮다고 내뱉었다.


    유람이 다친 곳이 없는 걸 확인한 금발의 외국인 여자는 곧바로 달려 나가듯 한강 공원 출구로 향했다. 유람은 되려 땀을 줄줄 흘리며 새파랗게 질린 외국인 여자가 걱정되어 그녀에게 말을 걸려 했지만, 이미 금발의 외국인 여자는 저 멀리 떨어져 열심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문득 지난 출장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자신의 목걸이를 찾아줬던 여자가 떠올랐지만, 확실한 기억은 아니었다. 묘하게 기분을 간지럽히는 외국인 여자 생각을 뿌리치고 유람은 인터랙트를 두고 간 테이블로 향했다.


    인터랙트가 없다.


    인터랙트는 성인 주먹 크기의 검은색 장비였다. 어딘가에 떨어져있다면 단숨에 보일만한 크기와 색이었기에, 유람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유람은 불안감을 안고 잔디밭을 급하게 훑어보았다. 자신의 가방을 탈탈 털어 바닥을 긁어대며 찾았지만, 인터랙트는 없었다.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잡아 세우며 인터랙트를 가져갔냐고 호통치듯 물었다. 소란에 놀라서 달려온 부모들은 유람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 함께 인터랙트를 찾아 나섰다. 유선의 선물 열기 세션은 모든 어른들의 우선순위에서 사라졌고, 해가 질 때까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인터랙트를 찾아다녔다.


    어두워져 더 이상 찾는 것이 어려워졌을 때 다른 아이의 부모들은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며 유람과 선우에게 응원의 말들을 건네주었다. 어떤 사람은 그들에게 자신의 아찔했던 경험담을 위로차 말해주며 꼭 찾을 수 있을 거라 말해주었다. 어느새 도난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들은 사건의 경위를 들으며 받아적었고, 오랜 진술 끝에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면 따로 전화하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후로 며칠을 더 찾아 헤맸지만, 인터랙트는 귀신이 훔쳐 간 듯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지구에서 증발한 것 같았다. 무리한 탓에 유람은 고열이 올라 쓰러졌고, 그 후로부턴 선우가 직접 경찰서와 한강공원을 찾아다니며 인터랙트를 추적해 갔다. 오랜 시간 패닉상태에 머물러있던 탓에 유람은 정신이 피폐해졌다. 유람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유선이에게는 도저히 보여줄 자신이 없어 방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자신에게 닥친 재앙을 온몸으로 겪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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