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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y 16. 2017

시로스카이&미니, 충분한 우리의 여행

[인터뷰] 여행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두 번째 ‘여행’ 이야기의 주인공은 재즈힙합 프로듀서이자 DJ로 활동 중인 Shirosky(이하 ‘시로스카이’)와 R&B 보컬리스트 MINI(이하 ‘미니’)다. 현재 시로스카이는 곡 작업과 함께 직접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았던 <The Vibes> 세 번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미니는 레슨과 작업을 병행하며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쩌면 지금, 두 사람이 떠나고 싶은 다음 여행지는 먼 곳이 아니라 조금 더 마음이 가벼운 내일일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사람을 맞이하고, 또다시 이벤트를 계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일 이맘때가 가장 소중한 법이다.


“제가 달리기를 좋아해요. 일본에 가면 늘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코스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우리 숙소가 바로 그 옆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달리기팀 티셔츠 입고 달렸어요.”(시로스카이)


“여행 가서 느꼈어요. 자연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빛나는지를.”(미니)


왼쪽이 미니, 오른쪽이 시로스카이


#여행 속 일상의 맛 


박희아(이하 박)_ 미니는 괌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미니_ 친구 부부가 거기 살고 있어요. 코코넛 따서 계속 먹고, 정글 가고. 아무튼 코코넛이 그렇게 맛있는 건지 몰랐어요. 이래저래 여태까지 해본 여행 중에 제일 특이했죠. 수영하다가 해안 절벽을 마주했을 때는 조물주의 위대함을 실감하기도 했고요. 스노클링도 했는데, 바다 속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트로피컬이란 말을 제대로 체험했던 것 같아요. 친구 남편이 수영을 굉장히 좋아해서 우리에게 가르쳐주기도 했죠. 


박_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지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주시겠어요. 


시로스카이_ 여행을 잘 다니는 편이 아니에요. 나이 들어서는 너무 바빠서 갈 여유가 없었죠.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면, 올해 초에 일본 공연으로 갔던 거. 그때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여행 같았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게 좋았거든요. 두 번의 공연을 했고 그사이에 시간이 남았었거든요. 


제가 달리기를 좋아해요. 일본에 가면 늘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코스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우리 숙소가 바로 그 옆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달리기팀 티셔츠 입고 달렸어요.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시끌벅적한 아이들 목소리도 거기 어우러져서 행복했죠.



#일상 속 여행의 맛 


박_ 미니는 여행 하면 떠오르는 노래로 ‘Chai Latte’를 꼽았어요. 이거 시로스카이 앨범에 피처링했던 곡이잖아요. 


미니_ 제가 처음에 차이 티를 마시게 된 이유가 있어요. 가까운 곳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찾고 싶었거든요. 차이 티 향부터 그렇잖아요. 그걸 마실 때면 매번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박_ 시로스카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어울리는 곡으로 ‘Empyrean’을 택했어요. 


시로스카이_ 곡에도 실제 일상 속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 표현돼 있고요. 덕분에 살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도 이 곡을 들으면 좀 안정을 찾죠. 더 멀리 보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해주는 곡이에요. 


박_ 일상 속에서 마치 여행 같이 느껴지는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시로스카이_ 한강에 가면 다시 활력을 찾는 것 같아요. 달리기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강이나 남산에 가는데, 마치 여행길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죠. 


미니_ 부모님은 양주에 계세요. 직업이 농부이신 건 아니고요. 농사짓는 일을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집 밖으로 나가면 옥수수가 있고, 풍산개도 있고, 닭도 있고요. 일단 거기 가면 정말 재미있어요.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다는 시로스카이. “나이가 들어서는 바빠서 갈 여유가 없어요.”


박_ 그럼, 본인 스스로 자기 자신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미니_ 이번에 여행 갔을 때 느꼈어요. 이렇게 광활한 자연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빛나는지를. 


시로스카이_ 사실 저는 여행에 나서면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세계 사람들 같이 느껴져요. 항상 빨리 집으로 가고 싶더라고요. 그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어요. 제가 한국에 다시 돌아갔을 때라야 비로소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고 행복해지는 스스로를 깨달았죠. 


박_ 미니는 예전에 SBS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것 같은데. 색다르지 않았어요? 


미니_ 맞아요. 정말 신선했어요. 스스로 TV에 나가는 게 욕심이라고, 이제는 꿈꾸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나아가면서 계속 감사함을 느꼈죠. 지금 떠올려 봐도 과분해요. 


박_ 그럼 시로스카이는 최근에 가장 해방감을 느낀 순간이 언제였나요? 


시로스카이_ <The Vibes> 공연 때요. 좋은 친구들이 왔고, 그들이 제가 직접 기획하고 꾸린 무대에 서줬고, 함께 즐겨주기까지 했죠. 한 공간에서 다 같이 음악을 듣고, 팬들을 만났어요. 짜릿했어요.



시로스카이 & 미니 플레이리스트


1. Empyrean <La lecture> 여덟 번째 트랙  유튜브 링크

“진짜 여행이라면,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잠시나마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이지만요. 일본에 갔을 때 동네 구멍가게, 카페부터 대학병원까지 신나게 돌아다녔어요. ‘Empyrean’ 뮤직비디오에도 주인공이 끊임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겨있어요.”(시로스카이) 


2. Chai Latte <From. Earth> 다섯 번째 트랙  유튜브 링크

“그 곡이 저에게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죠. 미국으로 여행 가는 길에 Shirosky에게 비트를 받았거든요. 당시에는 비트에 랩만 녹음이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한국에 와서 스튜디오로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멜로디가 만들어졌고요.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정릉터널에서 하도 차가 막히길래 ‘아, 멜로디나 만들어야지.’ 하다가요.”(미니) 


3. 3am by HONNE <Gone Are The Days> 타이틀 곡  유튜브 링크

“처음 이 노래를 들은 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라이브 세션을 끝내고 귀가 중일 때였어요. 새벽에 운전하면서 들었고, 그 당시 이 곡의 분위기와 축축한 공기, 달빛 같은 게 정말 잘 어울렸어요. 왠지 야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전체적인 vibe도 그렇고, “There’s no point in trying to hide it / I will come and find it(이제 와서 숨기려 한들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가서 찾아낼 텐데.).” 이 부분 가사가 너무 귀여워요.”(미니)



사진: 안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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