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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Mar 12. 202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AI 지도책> 리뷰

2023년을 사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


보통 ‘테크놀로지’하면 우리가 소유 혹은 사용할 수 있는 엔드 프로덕트로서의 테크놀로지를 떠올리기가 쉽다. 아이폰, 인스타그램, 테슬라..등등. 왜? 소비자로서 테크놀로지를 느끼는 데 가장 익숙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걸 ‘우리의 삶, 즉 우리가 대화하고 관계 맺고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매우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인간 신체의 연장, 그러니까 삽이나 곡괭이를 포함한 모든 도구를 포함한다. 인간이 자신들을 배려하지 않는 자연을 제어하기 위해 애써온 과정이 바로 기술의 역사다. 물론, 이제 반대로 인간이 자연을 배려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우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부로 체감 중이다. 우리가 처한 환경 문제(를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는 테크놀로지를 소비자로서만 인식해온 그 감수성 부족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걸 ‘테크 감수성’이라고 불러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나 세상이 생성 AI로 떠들썩한 지금, 은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이 책은 비실체적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 기술의 단면을 거침없이 해부한다.


그 시작으로, ‘챗봇’ 이나 ‘클라우드’ 같은 귀욤뽀짝한 단어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이 기술이 돌아가기 위해선 광물 채취부터 운송, 서버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코앞에 있는 세상,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세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생명의 공통된 성향이다 … 하지만 AI의 공급사슬을 온전히 보려면 지구적 범위의 패턴을 찾아야 한다. … 물건, 장소, 사람 같은 AI의 구체적 물질성을 분석의 근거로 삼으면 우리는 각 부분이 어떻게 더 폭넓은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배터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리튬, 디스플레이, 렌즈, 광섬유 케이블과 GPS 등에 필수적이며 기기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 그리고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까지.. 테크놀로지를 ‘인간 감각의 연장’이 아닌 ‘지구의 연장’에서 생각하라는 인용구가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우리는 아마존 에코와 아이폰 같은 고작 몇 년 쓰고 버리는 기기를 만들어 현대 기술 시대라는 찰나를 떠받치려고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ChatGPT가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선 이런 쟁점들을 차분히 짚어주던 뉴욕타임스 포함 외신들도 이젠 생성형 AI를 응용하는 새로운 기술과 구글 -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시장 전쟁 등을 따라가는데 바쁘다)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환경문제는 시작일 뿐이다. 노동력 착취와 사생활 침해, 데이터 분류에 포함된 정치적 편향 등.. 책을 읽고 나면 인공지능이 ‘개념이자 하부 구조이자 산업이자 권력 행사의 형태이자 고도로 조직화된 자본의 발현’이라는 서두의 문장이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들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23년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비단 AI 때문만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테크 감수성’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런 감수성이 어느 정도 공동체 내에 확보가 되어야 우리 안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대화가 시작되어야,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고, 그래야 인공지능이든, 가상현실이든, 인간 복제든 뭐든 간에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닐까.


서두에 테크놀로지를 ‘힘’이라고 표현했지만, 여전히 그 힘을 사용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술은 몸을 숨긴 철학이다. 관건은 기술을 공공연히 철학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245)


덧, 유독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중 테크놀로지에 대해 비판적인 책을 써내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저자인 케이트 크로퍼드도 마찬가지. OpenAI의 최대 투자사로서 어찌 보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관점인데도 출판을 허락해준다는 게 신기한 듯. 나한테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가 구글이나 메타에 비해 더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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