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사랑하지 않는 나
나는 어릴 적에 글 쓰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아마도 그 당시에 어머니가 보냈던 '글사랑'이라는 학원 덕분이었던 것 같다. 글을 사랑하라고 보내 주신 학원은 숙제가 너무 많았고 선생님이 무서웠고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늘 주눅이 들었다. 그곳은 도무지 글을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
이런 내가 글이라니.
나는 몇 해 전부터 언론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광고/PR을 전공으로 하고 있고 주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을 수강하고 있다. 억만금을 가져다가 준 학교에서 얻을 것이라곤 사람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학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각자의 장점을 무기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나이를 불문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 대단히 창의적인 사람들이 있고 보고 있으면 '참 잘한다'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 나는 이곳에 왜 오게 되었는가를 곱씹으며 과연 저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그들보다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때 광고 기획자를 꿈꾸었고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현실에 찌들고 일로 굳은 지금의 머리를 그때의 말랑함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확인해 보고 싶었다.
다시, 나는 글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단지 창의적인 나를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확인받고 싶을 뿐이다. 사물과 사회현상들을 가지고 나름의 창의력을 더해 보는 이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 '아 그래 맞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라는 탄식 한 번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는 글을 가지고 놀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