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커

우두커니 혼자 먹게 될 고독

by 장재원

체리피커

체리피커. 말 그대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들이다.

그 옛날 하이얀 케이크에서 빨간색 체리젤리만 골라먹었던 그놈. 나한테 시험 정보만 쏙 빼 갔던 그 계집애.

모임에서 좋은 사람만 골라 이야기를 나누고, 손해 보는 상황은 철저히 피하는 사람들.

우리는 종종 그런 태도를 욕하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한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철저함. 적당히 무심하고 치밀하게 계산적인 삶.

하지만 그렇게 고르고 또 고른 삶의 끝은 어떤 맛일까?


KakaoTalk_20250629_233321312.jpg 체리피커


단 것 투성이인 접시

체리로 가득한 접시. 포만감은 없다. 공허하다.

관계에서도 비슷한 허기가 생긴다. 자로 잰듯한 관계의 거리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주변엔 아무도 없다.

누구와도 깊어지지 못한. 그렇게 밥 한 끼조차 같이 할 사람이 없다.

그게 고독이다.

혼자 있는 게 고독이 아니라 함께 있음에도 연결되지 못할 때.

그것이 진짜 고독이다.



먹자. 같이.

진짜 관계는 때로 딱딱하고 떫은 것들과 함께 온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감정의 조각들.

계산하지 않는 실수. 오해와 다툼. 그것들이 관계를 두텁게 만든다.

그렇게 관계의 담금질이 지날 때.

말없이 앉아 있어도 편안한 사람. 가끔은 내 실수를 그대로 안아주는 사람이 된다.

체리만 고르다가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관계는 뷔페가 아니다. 모든 걸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착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사람 하나가 곁에 남는다.

그러니 부디 콕 집은 그 체리.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양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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