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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16. 2024

바캉스

THL 창작 시(詩) #147 by The Happy Letter


바캉스



아이들 여름방학 시작되면

출퇴근길 차들도 줄어든다

다들 긴 여름휴가 떠나고 나면

마을에는 백발(白髮)의 노인들만 남고

에어컨도 없는 집에 홀로 남겨진 노인들을 위해

이번 여름에도

동네 어귀 공원 잔디밭에는

야외 노천무대가 만들어지고

무명(無名) 밴드band의 라이브 공연이며

무료 영화 상영이 시작된다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우다가 휴가 전에 버려진 노견(老犬)처럼

마을 노인들은 저마다 무덤 같은 지하창고[Keller]에 고이 보관해 오던

접이식 의자 하나씩 들고

하나 둘 그 공원 무대 앞으로 모여든다

가만히 보니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속 손뼉 치는 관객도

노래하며 연주하는 이들도 다 노인들이다

해거름이 되어가면

함께 데리고 온 노견은

철 지난 올드팝 음악소리 자장가 삼아

오후 내내 땡볕에 지친 무거운 몸 잔디밭에 눕히고

가끔씩 하품도 하다가 졸다가 곤히 잠이 들고

그렇게 또 뜨거운 여름 하루가 지나간다



by The Happy Letter











바캉스(vacance) : 주로 여름에, 피서나 휴양을 위해 떠나는 휴가.

해거름 :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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