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병가를 낼 때 생각할 일들

* 병가 : 병으로 말미암아 얻는 휴가 (네이X 국어사전)

by 심내음

'20년 3월 초순, 출근하는 길에 A는 허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허리는 1년에 1번 정도 아팠고 한 번 아프면 일주일 정도 통증이 지속되다가 사라지곤 해서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번에도 곧 괜찮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통증이 시작한 지 3일이 되던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때 눈 앞에 만화 해서나 보던 노란 번개 마크가 보이는 것 같았고 '빠직'이라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면서 손가락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응급실을 갔고 담당의사와 몇 차례 상담 속에 회사에 병가를 내고 척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무섭다는 몸에 칼을 대는 수술보다 솔직히 회사에 3개월 병가를 내야 한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이러다 잘리는 것 아닌가?', '지 몸하나 간수 못하는 사람으로 찍혀 상사에게 눈 밖에 나지 않을까?, 곧 승진인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참고로 A의 회사는 소위 말하는 큰 규모의 회사(대기업)이다. 하지만 병가를 내기 하루 전날 밤 곰곰이 생각을 했는데 결국 나중이 되어 병세가 더 심해지면 비용과 시간에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커질 것임이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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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회사에 나가서 우선 인사 담당자에게 진단서를 보여주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인사팀 담당자는 병가 처리 지연으로 인한 부작용(산재처리 등)에 대한 사전 방지 및 최소화를 위함인 듯 업무는 절대 걱정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가 관련 품의를 진행하라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따뜻한 배려일 수 있으나 아쉽게도 인사팀 담당자는 내가 하던 일들이 얼마나 긴급하고 중요한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A의 병가가 빨리 처리되어 회사가 A의 병과 연계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 A는 새로운 지역에 제품을 론칭하는 T/F에 속하여 언어 관계로 해당 지역 거래선들과 이메일, 회의 등을 모두 맡아서 진행하는 창구였었다. 그래서 사실 그 거래선들에게 나중에 A가 수술로 3개월 자리를 비운다고 양해의 메일과 전화 연락을 하였을 때 그들이 더 당황하고 멘붕인 듯했다.)


그다음 소속 부서장에게 병가에 관한 내용을 보고 하였다. 이 부분이 꽤 중요한데 인사 담당자와 소속 부서장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내용은 물론 순서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개인 성향이 다르지만 업무가 우선인 부서장에게 먼저 얘기할 경우 병가 및 수술 일정을 잡는데 고초를 겪을 수 있고 인사 담당자에게 먼저 얘기할 경우 업무보다 개인적인 이슈만 우선으로 처리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병가가 끝나고 먼저 돌아갈 곳은 역시 같은 부서고 부서장도 인사이동이 없으면 같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실 인사 담당자와 부서장 커뮤니케이션은 인사 담당자와 먼저 하는 것이 좋고 그 직후 바로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좋다. 물론 두 사람에게 미팅을 신청하여 한 회의실에서 얘기하라는 것은 아니고 부서장이 다른 미팅 중인 타이밍이거나 자리를 비운 타이밍에 먼저 인사 담당자와 얘기하고 나중에 부서장과 얘기할 때 혹시 왜 인사 담당자를 먼저 만냤나고 하면 수술 일정 때문에 긴급하게 진행했어야 했는데 공교롭게 부서장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그렇게 되었다고 잘 설명하는 것이 좋다. 부서장을 먼저 만난다면 병가에 대한 절차 등에 대해 부서장이 질문할 경우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어 부서에 인원이 빠진다는 걱정만 부서장에게 안겨주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허술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병가가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회사 규정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아무리 회사를 오래 다닌 부서장이라도 정확하게 모든 내용을 알 수없으므로 결국 병가를 내는 당사자인 내가 정확하게 파악하여 보고를 해야 부서장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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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병가를 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요 포인트 >


- 병원을 3군데 이상 갔는데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상황이면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병가를 낸다. 승진, 회사 정치, 중요한 보고서, 계획된 출장은 다음 문제고 수술을 미루면 미룰수록 이 문제들은 본인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더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 병원은 한 군데만 가지 말고 2~3군데를 가서 회사에 본인의 병가가 복수의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결론을 낸

부득이한 것임을 명백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병원들 중에 꼭 큰 규모의 병원이 포함되도록 한다. 작은 규모의 병원들로부터만 병가 소견을 받으면 병가의 필요성과 기간에 대해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을 수 있다.


-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수술이 아니고 수술일이 정해진 경우는 되도록 수술일 전까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업무적으로 필요한 인수인계를 동료들에게 하고 병가에 들어간다. 이때 동료들에게 일대일로 부재중 인수인계를 했더라도 간단하게 문서 및 이메일로 인수인계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고 이것을 꼭 부서장을 참조로

메일로 송부하여 기록에 남게 한다. 안타깝지만 병가로 부재중인 동안 본인이 담당한 업무 관련 이슈가 생겼을 때 만약 인수인계를 받은 동료가 고의던 아니던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를 못할 경우 부재중인 본인이 제대로 인수인계를 못한 것이 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사항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병가를 내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그렇지만 2~30대는 건강했을지라도 40대가 넘어 몸이 약해지고 병가를 낼 수도 있는데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병가 기간 중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회사에서 본인의 부재로 중요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대범하게 생각해야 한다. 본인이 원해서 생긴 병이 아니니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무엇보다 수술과 치료를 열심히 받아 건강한 모습으로 회사에 복귀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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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현재도 병가 중인데 의사 소견으로는 다행히 수술 및 회복 경과가 좋아한 달 안에는 정상적으로 회사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병가 중 필요한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과 병가에서 복귀 후 회사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실제상황을 바탕으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무쪼록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병으로 몸과 마음고생이 심한 직장인들에게 이러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