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로또를 매주 사면 거의 매주 낙첨된다. 여기서 낙첨이란 6개의 숫자 중 3개도 맞추지 못해서 5천원이라는 최소 당첨금조차 받지 못하고 로또 구입비용을 완전히 날리는 걸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재테크를 하는 데 이것쯤은 각오했었다. 당첨 결과를 확인하려 로또 용지의 QR코드를 찍으면 몇 초 후에 익숙한 멘트가 화면에 뜬다. “아쉽게도, 낙첨되었습니다.” 당첨금을 주는 쪽에서는 사실 하나도 아쉽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나마 건네는 “아쉽게도” 라는 위로는 몇 번을 봐도 은은하게 화를 돋군다.
여느 때처럼 낙첨을 친절히 안내하는 화면을 보는데 화면의 상단의 알록달록한 로고에 눈길이 갔다. 여러 사람이 강강술래를 하듯 손을 잡고 있는 로고 옆에는 “동행복권”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우리가 흔히 ‘로또’라고 부르는 복권의 정식 이름은 사실 ‘동행복권 로또 6/45’다(사업자가 바뀌기 전엔 '나눔 로또'였다고 한다). 로또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금액으로는 사회 곳곳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동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로또에 낙첨을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낙첨에는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날려버린 로또 구입비용, 아니 아니지 사회 곳곳에서 보람되게 쓰여질 로또 판매 수익금으로 이번주도 누군가는 나의 낙첨을 통해 희망을 얻었다. 낙첨이 되더라도 낙담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당첨의 반댓말은 낙첨이 아니라 나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