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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익상 Feb 10. 2024

독서일기 파일럿

05

[우선 목표는 경제와 생태 사이에서 동요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서론의 마지막 유닛에서 저자는 흥미롭게도 근대인들에게 이런 “서사”를 부여한다. 너무 재미있으니 따로 떼어서 직접인용.


왜 근대인은 주거 공간, 거주지, 도시 계획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 유일한 사람들인가? 그들은 어쨌든 대체로 꽤 아름다운 도시들을 가지고 있고, 도시 거주자이고 시민이며 자신들이 “문명화”되었다고 말한다(때때로 그렇게 말해진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더 편안하고 편리하며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고려하는 거주 형태 - 어떤 면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거주지 - 를 제안할 권리가 없단 말인가? 그들이 거기서 편히 지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랫동안 그들을 집 없는 존재로 만들었고 -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그들이 지구에 화염과 살육을 가져오게 한 - 영원한 유토피아 속에서 그들이 왜 계속 헤매야 한단 말인가?


이 질문들은 근대성의 리콜이라 불렀던 이 사업을 거대한 디자인의 문제로 변환하는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다. 바로 그 맥락을 환기하는 문장을 다시 직접인용. “그리고 과학을 저기에 두고 정치를 이쪽으로 옮기고 법을 바닥에 놓고 허구를 이곳으로 움직이면, 좀 더 편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말하곤 했듯이 편의성이 더 커지지 않겠는가?” 또한 앞선 인용의 맥락은 거주할 곳으로서의 가이아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경제와 생태의 문제이기도 하다. (둘 다 eco가 포함되어 있다.) 전자는 거주 불가능하고 후자는 아직 (살만한 곳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경제 쪽으로 이주하도록 강제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디스토피아에 불과한 경제. 아직 형태나 실체를 갖추고 있지는 않은 생태.

근대인들은 이중의 난민이다. 그래서 피난처를 설계해줄 수 있고 임시 거주지의 도안을 보여줄 도시계획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철학의 형태로. 철학은 항상 외친다. “가설을 세운다 Hypotheses fingo!”


서론의 마지막 유닛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로 야심찬 목표이자, 거창한 가설이 아닌가. 바로 앞선 유닛에서 말했던 바, “근대인의 특이한 지역적 존재론”에 이렇게 접근하다니. 마지막 문장 전체를 다시 직접인용하면 이렇다. “우리가 ”타자들“ - 이전의 타자들 - 과 가이아 - 진정 다른 <타자> - 를 정면으로 마주할 작은 기회라도 갖기를 원한다면, 우선 근대인의 특이한 지역적 존재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철학이자 도시계획이자 난민 대책이자 외교인 이 작업의 제목은 <존재양식의 탐구 - 근대인의 인류학>이다. 저자는 브뤼노 라투르.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1장이다. 서론은 5조각(10유닛)이었고 1장은 8조각(11유닛)이다. 서론은 총 30쪽, 1장은 27쪽.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씩 매일 읽어나가는 게 제법 재미있다. 해볼만 해보이니 연재로 돌려볼까. 흠. 제목은 “<존재양식의 탐구> 조각조각 읽기”? “소소하게 읽어가는 <존재양식의 탐구>”? 제목은 내일 생각하자.


p.48~50

색인어 없음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329329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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