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살기

모두에게 공평한 달빛이 내리는 밤

by 진성민

하루 살기


하루를 살아 낸다는 것은

또 한겹의 껍질을 벗는 일이다

살아있는 누군가의 삶 전체에 덮힌

수천겹의 얇고 불투명한 껍질들 속에서

때로는 신음하고 때로는 환호하던

자신들의 연약한 육신을

스스로 토닥이며 한 껍질 더 벗겨내어

더 마알간 몸뚱이와

조금은 더 가벼워진 영혼으로

다시 새로와지는 일이다

그래서 밤을 맞이하는 것은

그 껍질을 벗겨내느라 수고한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쉬게 하는 고마운 일이다


말과 몸짓을 멈추고

조용히 자신의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나는 오늘 어떤 껍질을 벗었는가

나는 내일 얼마나 더 가벼워지고

맑아질 것인가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보는 밤,

수백일 혹은 수천일이 지나며

벗겨진 나의 껍질들은 공기중에 흝어지고

조금 더 가벼워진 내 영혼은

땅에서부터 조금 더 가까와진 하늘로

마지막 탈피를 위해 또 하루살기를 되풀이해야겠지


조용히 땅으로 내려 앉아 흙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왔던 나뭇잎들이나

저 먼 산줄기로부터 흘러와

달빛을 품고 강을 향해 흐르는 개울물들처럼

나의 영혼도 점점 더 가볍고 맑아져서

고치에서 벗어난 나비들처럼 날아다니기를,

달빛아래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 닿기를

내 본향으로.


달빛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는 밤,

하루를 살아 낸 뭇 생명들에게

깊고 곤한 잠이 허락되기를

내일이라는 새로운 하루는

또 다른 하나의 아름다운 탈피가 되기를.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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