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토스트’를 아는가.
전 남자친구가 만들어줬던 토스트가 그리워 레시피를 물어보려고 연락했다는 유명한 일화다. 해당 레시피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고, 많은 토스트 가게에서 ‘전남친 토스트’라는 메뉴명으로 판매되었다. 물론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할 정도로 엄청난 맛이었다.
내게도 그런 음식이 있다.
‘전남친 파김치’다. 정확히는 전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만든 파김치다.
우리는 캠퍼스 연인이었다. 남자친구의 본가는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점심시간이면 자주 남자친구 집에서 식사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꼭 찾는 음식이 있었다. “오늘 집에 파김치 있어?”
전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대단하셨다. 원래 밑반찬을 잘하면 정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던가. 어머니가 그랬다. 어머니의 무기는 파김치였다.
파김치가 있는 날은 밥을 최소 3공기 이상은 꼭 먹었다. “유자야 네가 먹는 양이 성인 남자 한 명분 정도는 되는 것 같아.” 파김치와 공깃밥 3그릇을 먹을 때마다 전 남자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다.
파김치가 그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은 ‘전남친 파김치’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알싸하면서도 달큼한 그 맛은 기름진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최상의 조합이었다. 남자친구가 삼겹살을 굽고, 나는 냉장고에서 신줏단지를 모시듯 파김치를 꺼내고, 상을 세팅하는 것이 우리의 정해진 루틴이었다. 그와 연인이었던 2년 동안 파김치가 질렸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파김치와의 헤어짐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 연인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그와 나도 이별하게 되었다. 원래 헤어지기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자연스럽게 인연이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파김치와는 아직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었나 보다. 다른 어디에서 파김치를 먹어도 ‘전남친 파김치’와 같은 맛이 나진 않았다.
헤어져도 졸업하기 전까진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별한 캠퍼스 연인의 숙명이기에, 우리도 과방에서, 학교 복도에서, 강의실에서 종종 마주치곤 했다.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진 않았기때문에 가끔 인사를 하고 안부도 물었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가 물었다. “집에 파김치 있는데, 엄마가 너 좀 주래. 가져갈래?” 나는 기뻤다. 다시 ‘전남친 파김치’와 재회할 수 있겠구나.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너무 좋아!”라고 답했다.
재회한 파김치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알싸하고, 달큼하고, 파즙이 가득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조합은 ‘삼겹살과 파김치’다. 물론 ‘전남친 파김치’만 한 파김치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