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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18. 2024

삶의 방향? NO,
지금 살아남는 방법? YES

어떻게 살고 싶은가? 보다는 지금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고민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항상 고민하는 주제다.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어렸을 때부터 원하던 직업을 마치고 나오게 되었고,

내 경력은 사회에서 아무런 쓸머가 없었다.


물론 그 부분을 가지고 다시 대학이라는 곳에서 박사나 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더 공부하면 경쟁력이 폭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의 여건도 꽤 괜찮았다. 

물론 돈이 제일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상태가 죽을 정도는 아니었고,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경우도 친한, 아주 친한 분이 계시기에 그곳에서 신세를 지면서 할수도 있었다.


물론 핑계다.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이 어디 있겠나?


내 마음 속의 진심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래도 맞다는 생각 쪽으로 기운 것 뿐이다.



'이제는 아무 것도 안하고 살고 싶다는 것...

어디 해안이나 강 근처에 집을 얻어 책 보면서 글이나 쓰는 그런 삶.

봄이나 가을 정도에는 레이 같은 경차에 간단한 캠핑 장비만 챙겨서 어디든 하루 보내고 오는 그런 삶.'

그런 삶에 대해서 너무나 강하게 원하고 있다.


현실에서 보면 딱 하나만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시골의 집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비해서 엄청나게 비쌀 것도 아닐 것이고,

(비싸면 다른 곳에 알아보면 된다. 지역은 크게 상관없으니 말이다.)


생활비의 경우도 도시가스만 들어온다면 생활비도 굳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보통 혼자 살 때 전기세가 보통 2만원을 넘지 않았고, 수도세나 가스비 등도 평균 보다 훨씬 밑돌았다.

게다가 통신비도 크지 않고, 식비의 경우도 내가 요리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외식 보다는 적게 들 것이다.


차와 같은 경우도 초기 비용은 많이 들 수 있지만, 경차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운행비는 적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딱 하나의 조건이 나의 발목을 잡았고, 

그 조건으로 인하여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것이 날라가는 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닥친 것은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만이 남은 것이다.


아무튼 그 조건은 내 환경을 서서히 지옥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그 지옥을 잘 헤쳐나왔다.



이런 결말은 없다.

아직도 지옥이고, 힘든 상태이다.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것 보면 말이다.



문제는 이런 지옥 속에서 내 자신을 서서히 포기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생각도 많았고, 

여기서 뭔가 해보려는 시도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밤이 되면 몰래 밖으로 나와 차 안에서 술과 튀김을 먹었고,

낮에는 자포자기 좀비처럼 하루 일과를 보냈다.

조금씩 있는 내 시간에는 핸드폰만 멍하니 보면서 말이다.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고,

어머니의 온갖 짜증과 화만 받아주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내가 이런 상황이 왜 되었는지는 다른 브런치 북에 쓰고 있으니 여기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물론 아주 훌륭하게 살아볼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것은 결국 '내가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의 고비에서 넘어가지 못했다.


예를 들어 '건강하게 살아야지 않겠나?' 라는 구실엔

'왜 굳이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난 오래 살 생각도 없는데." 라는 대답이 바로 따라왔다.


결국 지금 내 삶에서 내가 원해서 가는 방향이 아닌데 내 즐거움까지 포기하기가 그랬다.

담배, 몰래 먹는 술과 튀김 등은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즐거움인데,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 삶을 견딜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나쁜 습관을 더 좋은 취미로 승화하는 생각도 했지만,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조건도 되지 못했다.

그래고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단순한 쾌락에서 런닝 등 좋은 취미로 습관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내 마음 속 의지는 점차 작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몸은 내가 느낄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재활병원의 병실에서 흔하게 보는 뇌질환 환자들처럼 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들 속에서 내가 대답할 차례인 것이다.



아참...

이 이야기는 내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다.

첫회에서 말했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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