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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22. 2024

복병 - 상

계획 시행에 숨은 방해자 등장


계획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오우~ 선배 오늘 선배 보러 가려고 합니다."

"응. 너무 고맙다. 그런데 억지로 오려고 무리는 안해도 된다."

"아니요~ 선배 힘든 상황인데, 내가 가서 격려라고 해야지."

"으응... 고맙다. 그래 그때보자."


후배의 갑작스런 전화가 왔다.

물론 전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원래 자주 전화를 하는 사이라 전화가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온다는 것이 좀 놀랐다는 것이다.

3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오겠다는 것이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이 친구와는 정말 오랜 시간동안 연을 맺고 살았다.

우연히 알게 된 뒤로 근 20여년을 알고 지내면서 내 인새의 희노애락을 전부 보면서 살았던 놈이다.

물론 나도 그 친구의 가정사까지 다 알고 있다.

그 친구의 첫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 같이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첫째가 벌서 고등학생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감이 올 것이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라는 흐름에 우리를 맞기고 살아온지 오래되다 보니 항상 힘들때 같이 있어주기 위해서 적어도 노력은 하는 사이였다.

그 친구는 내 아버지 장례식 3일 동안 날 위해서 같이 먹고 자고 해줬다.


우리 부모님은 젊었을 시절 고향을 떠났기에,

그리고 아버지의 친가 친척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거의 없었기에,

그저 방문만 하고 돌아갔고,

심지어 나의 하나뿐인 혈육인 형 조차도 당시 코로나로 외국에서 올 수 없었던 시기였기에

그 친구의 존재는 너무나 고마웠고,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3일 내내 갔었다.

아쉬웠던 것은 난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친구는 가족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민폐에 가까웠기에 집에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를 3일 동안 주간에 가서 야간에 돌아오는 것을 했다.

하지만, 난 단 순간도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더 해주지 못한 것에 아쉽다는 생각이 강했을 뿐이었다.


그런 사이이다 보니 내가 저번에 언급한 친구, 즉 너무 많은 조언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고민했던 친구가 바로 이 친구였던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



아무튼 그런 친구가 온다는 것이었다.

저번에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왔었는데, 또 온다는 것이었다.


감사했다.


그런데...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고마움이 지나가고 나니 걱정이 슬슬 들었다.


"내 계획은? 휴..."


내가 걱정을 하는 이유는,

그 친구와 난 오랜 시간 만나오면서 술이라는 것을 빼먹지 않고 우리의 친분관계의 윤활유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가 온다는 것은 술을 백퍼센트 마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술을 끊는다고 할까? 아니면 술 안마신지 오래되었다고 할까? 아님 그냥 마실까?'


술 하나만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인가?"

갑자기 그 생각이 들고나서 내 머럿속에 모든 생각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냥 마시자. 그냥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지? 지금 마시고 싶어서 내 자신과 타협할 거리를 찾는 것이고, 그리고 마시기를 바라는 내가 이기길 바라는 거 아닌가? 그렇게 내 마음을 감추는 등 위선을 떨어봤자 결국 마실 핑계거리를 더 찾게 될 거 아닌가?"


그렇다.

난 그저 마실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던 것이고,

안된다는 내 자신을 이기려고 계속 도전할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마실 거 즐겁게 마시자. 그게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되겠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면서도 걱정이 끝나지는 않았다.

왜냐면 난 한 번 무너지면 그 기간이 많이 긴 탓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떨지는 몰라도 난 한 번 결심한 것이 무너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고 결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왠만하면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금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엄청난 복병을 만난 것이다.


복병(伏兵)

어제부터 이상하게 군대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무튼 간에 복병이라함은 병력을 숨긴다는 의미다. 매복과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지만, 아무튼 그러한 뜻이다.


그렇게 그 친구는 내 복병이 된 것이다.

내 의지를 방해하는 복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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