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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y 07. 2023

날개 없는 잠자리 - 1

1


혼자 방안에 있다.    

  

태양라는 양이 어둠의 늑대에게 서서히 잠식되어 가면서 주변은 태양이 흘린 검은 피로 둘러 싸여져 있었고, 모든 물체들이 그들의 색깔을 잃은 양, 전부 태양의 검은 피로 물들어져 더이 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난 그때부터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내 집은 아파트의 가장 구석자리로 누군가가 일부러 마음을 먹고 오지 않는다면 절대 누구도 오지 않는 그러한 위치이기에 문 앞에서 나는 조그마한 소리에도 난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소리가 내가 잘못들은 소리이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소리들이 내 예상 속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결심해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그러한 소리들이 나에게 실체적인 모습을 드러나 위협을 가한 적은 없었다. 

오늘도 그러길 바라지만, 오늘의 소리는 다른 여느 때와는 다른 좀 더 명확한 소리가 내 귓속을 메아리 친다. 그리고 내 피부 세포와 머리 속의 신경 하나하나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라도 하듯, 아니 예상이라도 하듯 예민해져 있다는 것을 굳이 지금 나의 모습-식은 땀을 흘리고 있고, 불안한 모습으로 다리를 떨고 있는-을 누가 보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난 더 이상 무슨 일을 하던 그것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이 기분을 이겨내고 공부를 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이 좁은 방의 유일한 내 휴식처인 침대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스탠드를 껐다. 스탠드가 꺼진 내 방은 스탠드의 불빛은 주변의 소리와 함께 같이 없어지기로 마음먹은 건지 불빛이 꺼지지자 마자 더욱더 고요해졌으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침묵의 고요함은 점점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그러한 고요함에 혼자라도 대항하려는 라디오의 노래 소리가 그나마 혼자서 이 어둠과 싸우고 있는 것 같다. 난 마치 어둠의 편이라고 한 듯한 움직임으로 라디오의 소리를 줄이고 침대로 가서 등을 벽을 대고 앉았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 작은 방을 완전히 삼킨 듯 했다. 내 방의 유일한 창문으로 오늘따라 달도 보이지 않았고, 별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서 별을 본 적이 없네.’     

 

그렇다. 여기서는 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럴 때 자연스러운 빛이 방안을 조금이라도 비춰준다면 내가 좀 덜 긴장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앉아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나니 라디오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까 분명히 라디오 DJ가 뭐라고 제목과 가수를 말해 줬던 거 같은데’


‘델리 뭐라고 하면서 카우카우? 파우파우? 챠우? 뭐라고 했던거 같은데...’   

  

‘무슨 나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햄버거집 이름도 아니고, 가수 이름을 이런 식으로 짓는 사람들이 있나?’     


내가 들어본 적이 전혀 없는 노래다. 처음에는 라디오DJ가 외국 팝송을 소개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래가 나오는데 한국어였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아무리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도 처음 듣는 노래다. 아마도 노래 스타일이나 제목이나 그룹의 촌스러움으로 볼 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거 같다. 이 촌스러운 노래는 똑같은 가사의 반복이다. 정말 지겹도록 반복한다. 마치 라디오 DJ가 REPEAT 버튼을 잘못 눌러버린 것과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 라디오를 꺼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마저도 없으면 너무나 적막할 것 같아서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라디오는 곧 다른 노래가 나올테니깐. 지금 신경 쓸 것은 라디오가 아니다. 계속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울려펴지는 저 문 밖의 소리다. 지금은 그 소리가 잠시나마 들리지 않는다. 언제 또 들릴지 모른다.  

   

‘갔나? 아니면 혹시... 집안으로 들어올 방법을 찾는 건가?’


‘혹시 현관문 문 구멍으로 집안을 보는 거 아니야?’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몸이 더 굳어지는 것 같았고, 더 두려워졌다.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움직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칠흑같은 어두운 방이지만 꽤 오랫동안 지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물건에 부딪칠 일은 크게 없다. 그리고 집 안에 부딪칠 물건조차 별로 없다. 


어둠 속을 해쳐 책상 앞으로 가서 종이에 테이프를 조금 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대문으로 갔다. 아무리 깜깜해도 움직임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최대한 옆으로 붙어서 구멍에서 안보이게 다다갔다. 그리고 정말 소리라는 것이 애초부터 없었던 양 최대한 조용하게 구멍에 종이를 붙였다. 


약간의 안도감이 돈다. 

침대로 오는 최단거리로 빨리 그렇지만 소리는 최대한 나지 않게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앉아서 아까와 같은 자세,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머리를 무릎사이에 넣고 팔로 감싸안았다.  

    

아... 아까 그 재수 없는 노래는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 아까 일어났을 때 라디오를 다른 데로 바꾸지 못한 것을 순간 후회했다. 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언젠간 다른 노래로 바뀌겠지라고 생각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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