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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Jun 01. 2023

다시 달려볼까 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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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나에게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항상 달리기에는 의무만 주었기에 때문에 살면서 단 한번도 달린다는 것이 즐거운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달린다’는 것은 ‘달리고 싶다’보다는 ‘달려야 한다’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달린다는 것은 내가 의지해서 시작하기을 해보기도 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난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내 자신을 위해서 달려 본 적이 없다.      


달리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던 같다. 아니 곧잘 했다고 표현해도 그리 비난받지는 않을 정도의 달리기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과거형이다. 이제는 비록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달리기를 할때마다 항상 내 앞에 사람들보다 내 뒤의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는 것 그리고 달리고 나면 잘 달렸다고 주변에서 말해주는 것을 봤을 때도 내가 내입으로 그렇게 표현해도 될 만한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는 건 싫은 게 변하지는 않았다.     


물론 달리기의 좋은 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의미 찾기를 갈구하기 때문에(어차피 뛰는 거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뛰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이유를 찾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달리기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도 되어버렸다. (비록 내가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 중요한 건 내가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달려야 할 이유가 사려져 버렸다. 그냥 하늘의 먹구름이 가득하였다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올려다 본 순간, 모든 구름은 없어져 버리고 청명한 하늘만 있는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그 이후엔 달리지 않았다. 달릴 필요도 없었고, 달려야 할 이유도 내 마음 속에 전혀 없었다. (음...애당초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났다. 달리기를 멈춘 뒤로 내 삶은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운동 아니 움직임이라는 것과 멀어지기 시작했었던 거 같다. 그 시간이 정말 천천히 흘러갔기 때문에 당시 나라는 존재가 그걸 느낄 수도 없었던 거 같다. 다만, 지금 지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천천히 나는 달리기와 서서히 결별을 하고 있었다.    

  

달리기라는 것과 멀어지면서 그것과는 다른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잦아들었다. 때로는 찾아와 자리를 차지하고 다시 가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이 불면증이었다. 난 원래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잠이 들어도 쉽게 깬다. 그리고 나면 다시 못 잔다. 누구는 술을 먹으면 잠이 잘 온다고 하는데(그 핑계로 술도 참 많이 마셨다. 크크), 나는 술을 마시면 그 술이 깰 때까지 오히려 잠을 자지 못한다. 그러니 술을 마시면 남들보다 2배는 더 힘들었다. 술이 깰 때까지 잠을 못 자고 그리고 술이 깰 때쯤 그제야 숙취가 ‘안녕~’하고 찾아온다. 아씨... 못 잔 상태에서 숙취가 온다. 그리고 계속 못 잔다. 그러면 어떨 것 같은가? 그 다음 생활이 지옥이 된다. 그래서 난 남들보다 숙취가 2배는 온다. 정말 쎄게 온다. 그렇지만 술을 마셨다. 정말 징그럽게 많이 마셨다. (아...술 이야기는 그만 하겠다. 내가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로 쓰면 정말 대하 장편 소설이다. 나중에 한번 쓰겠다.)      


아무튼 그렇게 잠을 더 못 자는 상황이 왔다. 처음에는, 아니 지금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동안 그게 달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지금도 달리기를 멈췄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나는 일본의 자기계발서나 한국의 몇몇 사람들의 자기계발서처럼, 본인이 갑자기 아니면 어떤 이유로 한 가지를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모든 일을 해결한 것인 양 써대는 글을 너무 싫어한다. 내가 자기계발서와 점점 더 멀어지는 이유를 만든 사람들이기에 내 입에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더 이상 언급은 생략한다. 자기계발서 관련해서도 쓸 말도 엄청나다. 이것도 나중에 한 번 진솔하다는 명목하에 적나라게 써볼까 한다. 엄청난 비난과 쌍욕 등등 정말 흥미진진할꺼 같다.) 아무튼 그렇게 불면증이라는 것이 찾아오고,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내 옆에 있었는데, 점점 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쩌면 더 맞는 표현 같기도 하다.    

  

두 번째 손님은 지방이라는 분들이다. 이 분들 굉장하다. 사람의 외모를 바꾸는 건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데(어차피 이번 생애는 틀린 거...) 몸의 체형을 아주 천천히지만, 확실하고 체계적으로 바꿔준다. 한번 나오기 시작한 배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숨을 들이쉬고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이런 제길...) 그것 뿐만이 아니라 체질도 바꿔준다. 살이 찌고 더위를 많이 타게 되었다는 등 머리에 땀이 많아졌다는 등 아무튼 확실하게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영향이 지방만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지방만 미워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동안 내 입에 들어간 알코올과 내 입을 너무나도 즐겁게 해준 식품첨가물 등도 그러한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러한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 알지 않나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다. 뭔 이상한 소리냐고? 당연한걸 가지고... 아...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뛰는 체력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체력이란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 또는 내 감정을 추스르는 능력을 포함한 체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들었던 것은 남을 대할 때 안그래도 성질이 더러워서 상대방이 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인데, 어느 순간부터 내 성질, 아니 승질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 같았다. 뭐...상대방은 별로 개의치 않기는 했다. 저 놈은 원래 더러우니깐..아니 드러우니깐...하고 넘어가는 것 같았다.(아... 이거에 기뻐할 때가 아니고...) 아무튼 내 감정을 추스르는 체력이 월등히 떨어짐을 느껴졌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도 당연히 힘들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듯이 하는 일은 할 수 있다. 그건 아직 젊으니(안 젊나? 아무튼) 해낼 수 있지만, 꾸준히 오랜 시간을 두고 하는 것에 대한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할 생각을 했구나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어쩌면 계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반전은 난 그래도 달리기를 안했다. 몸이 피곤하다, 무릎이 아프다 등 이런저런 이유 따위는 필요도 없다. 난 달리기를 그냥 싫어한다.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래서 안했다.     


다시는 내 삶에 달린다는 것을 포함시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영국 발행 사전에는 윌리엄 윌리스를 반란자로 표기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처럼 내 삶에서 달리기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절대 뛰지 않았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큰 이유였지 싶다. (아... 이 얘기도 시작하면 끝이 없을 듯 한다. 그래도 이건 나중에라도 안쓰고 싶다. 절대 안쓴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에 절대라는 말은 지킬 수 없는 공수표와 같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기에 절대는 아니다. 결국 내가 어떻게 바뀜에 따라 또 소재로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금 심정은 안쓰고 싶다. 왜냐고? 묻지도 말아줬으면 한다.) 굳이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안뛰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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