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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의 만담 May 04. 2021

나는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이 싫다

가정의 달은 쇼핑의 날?

5월이 시작되면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이 뒤따라온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면 스승의 날도  있기는 하지만,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표현을 하니까 스승의 날은 예외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개인의 바쁜 삶에 한 번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제정된 가족의 날들이었지만, 어느 순간 일회성 이벤트처럼 여겨지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5월이면 학교에서 슬프거나 경건한 노래를 틀어놓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보냈다. 다른 친구들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에도, 수련회에서 부모님을 떠올리며 생각을 한 후 함성을 허공에 내뱉는 시간도 눈물로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왜 그리 눈물을 쏟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억지 눈물을 유도하는 분위기도 이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죄책감으로 느끼게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부모님께서 자식을 위해 젊은 시절을 희생으로 보내시고 고생하시긴 했지만, 자식이 그것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그것을 효에 대한 가치와 방향으로 인식하고 배우고, 부모가 자식에 대한 희생을 되려 묻는 세태로 발전한다면, 과연 이 세대 이후에는 자식을 원하는 마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나마 이런 날들이라도 있으니까 아이들과 시간을 조금 더 보내거나, 부모님께 뭔가를 해 드릴 수도 있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격식이나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야만 한 번 더 생각하는 세태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언제부터 쇼핑의 마케팅이 되었는가.


게다가 어떤 이들에게는 가족이 없을 수도 있고 가족이 사라졌을 수도 있으며 사회적으로 단절되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이 가정의 달에 있는 날들이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행사와 만만치 않은 분쟁이 일어나는 날이 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가정의 달이라고 대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거나 남과 원치 않게 비교를 하게 되며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까지 고려하면서까지 이 뜻깊은 날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가족에게 선물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날의 의미를 진심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본질적인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일이 선물을 받기 위해 파티를 하는 것이 주된 의미가 아닌 것처럼, 어버이날도 누가 더 멋진 선물을 하는지 마케팅을 통해서 경쟁을 과열시키는 날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위질을 맨 처음 시작했을 때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은 색종이 카네이션 만들기였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색종이 카네이션은 화려한 모양을 유지하다가, 용돈을 모아서 조화를 거쳐 생화로 발전했고, 부모님을 위한 선물도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은 어떠셨을지는 모르겠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부모님께서 쓰실만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부모님께서도 그런 것을 처음부터 바라셨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던 것이 어느 순간 물질적인 것으로 표현이 되어야 그 크기와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된 세태가 아쉽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일회적으로 우수수 쏟아지고 소비되다가 몇 번 채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상품이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도록, 그 본질은 살리되 그것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거품을 뺀, 시대에 맞는 변화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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