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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회사에 CV 쓰는 팁

현지취업 노하우

by 이나앨

내가 친하게 지내던 이탈리아 출신 리쿠르터가 이랬다.


“되게 나쁘게 들리겠지만, 난 지원동기서(Motivation letter)는 안 봐. 자기 경력보다 부풀려 쓴다고 생각하거든. CV로 보통 걸러.”


내가 채용담당자가 되어보니 이해가 갔다. 중요한 정보는 이력서(CV)에 있다. 그 사람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까지도.

난 처음 국내에서 취업을 준비할 때 가족이나 자라온 환경까지 적어야하는 자소서가 너무 어려웠는데, 유럽에서 구직을 하면서 자소서를 써본 적이 없다. CV에 간략하게 나의 프로필을 적는 정도다.


리쿠르터와 인사과가 검토하고 채용자에게 오는 CV는 불과 몇 개. 무엇이 중요할까?

인터뷰까지 갈 티켓인 CV는, 나라는 사람에게로 오게 하는 초대장 같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있어야 갈지 말지 결정할 수 있고, 가고 싶게 만들되 모든 걸 보여주면 매력이 떨어진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CV를 거를 때 필터가 되는 건 이렇다.


1. 관련 경력이 있는가.

CV를 읽는 담당자는 일을 맡기면 잘할까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 과거의 경력이 (초임이라면 경험) 그에 대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정보가 된다. 직무 외에도 총 경력 기간, 리더십 경험, 해외 근무 경험 등이 포함된다.


2. 어떤 회사에서 일했나.

어떤 네임벨류를 가진, 어느 규모의, 어떤 문화의 회사인가.


3. 인재 코스를 밟았나.

한 회사에 오래 있었다면 승진은 얼마나 자주 했는지, 이직은 어떤 주기로 했는지 등을 본다.


4. 이 세 가지 기본 재료를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하는가.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주도한 일의 결과를 쓰는 게 이익이다. 간결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잘 전달하는지는 기본이다.


문화적 차이도 알아둬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진을 쓰지 않는다. 네덜란드 CV는 개성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래서 취미도 적기도 한다. 회사는 보통 전자 CV면 되지만 문화계는 편지형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일차 검토를 하는 인사 AI는 키워드 필터링을 하기 때문에 직무와 회사에 맞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다른 사람의 CV를 많이 보며 내 CV도 가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 봐도 좋다. 그리고 중요한 기회라면 CV 검토를 받기를 추천한다. 나는 못 본 부분을 볼 수 있는 건 타인의 새로운 시선이다.


출력하면 종이 한 장 짜리 CV다. 하지만 그 CV로 나와 더 맞는 회사에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니. 한 장의 무게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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