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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한다 글력 운동. '글력'이라는 말, 쉽게 말해 글 쓰는 힘이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게 제일 재밌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부담스러워지고 글로 나를 증명해야 할 것 같고 막 힘을 주게 되고 그랬다. 그래야만 하는 일이 최근에 많기도 했지만. 어쩜 글력 밑천을 다 드러내버린 거 아닌가 싶어 글력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매일 글을 하나씩 써서 브런치에 일단 발행하는 것. 주말과 공휴일과 휴가는 쉰다. 딱 일하는 날만 쓸 거다. 주제는 그날 떠오르는 키워드를 쓸 건데, 안 떠오르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키워드는 좀 쟁여놔야겠다. 아무튼 오늘은 '책모임'을 주제로 쓸 거다.
조금 고리타분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항상 책모임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들어갔던, '돋을볕'이라는 대학 연합 책모임부터 시작해서 매주 한 권을 읽고, 글을 쓰고, 술을 마셨던 '똘레랑스', 학교 동아리 내 소모임이었던 '철학 스터디', 페미니즘 책을 읽는 '암소핫'도 있었고. 철학 책을 읽던 '아르케'와 아르케를 발전해 한국 철학을 공부하던 '너도 나라'도 있었다. 장강명이 추천한 한국 소설을 읽었던 '장강명이 시켰어요', 동네 친구들을 모아 만들었던 '북서울'과 나름 체계적으로 운영해봤던 '수북'도 있었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SF 책을 읽는 'SAT', 판교 직장인들끼리 했던 '예니 없는 예니 모임'을 했고 지금 하고 있는 책모임은 모닝 루틴 챌린지를 하던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책모임이라 '모루챌 독서모임'이 있다.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한 게 20살이고 지금 내가 28살이니까 한 8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12개의 책모임을 했다. 사실 여기에 쓰지 않은 모임도 몇 개 있는데, 이미 일 년에 1개 이상 책모임을 했음이 증명되었으니 더 하지는 않는 것으로 하자.
나는 책모임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일단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댕댕 인간이다. 사람이 모이는 게 좋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더 좋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취미도 책 읽기다. 그 두 개가 합쳐져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 책모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책 한 권을 테이블에 두고 모여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요즘 하고 있는 모임은 코시국에 맞게 구글 밋으로만 모이고 있어서, 예전 같은 이런 감각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한 권을 읽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넘나드는 맛이 있다.
마스크 쓰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책 한 권 올려두고 끝없이 이야기하는 책 모임을 다시 하고 싶다. 그리고 꼭, 책모임 하기 전에 조금의 규칙을 두고 할 거다. 수북에서 썼던 자문자답 (2016)을 다시 살려서 발전시켜보고 싶다. 지금도 할 일 많은데 안 하고 이 글 쓰고 있는 건데 일 벌일 생각부터 하고 있죠. 예예.. 여기서 오늘의 글력 운동 마침. 글력 운동하다 보면 글 잘 끝맺음하는 힘도 생기겠지 뭐.
+부록+ 제일 좋아했던 두 번의 책모임에서 썼던 글들
수북
똘레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