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미라클 모닝

엄마의 자기계발

by 수아

아이를 낳고 한 동안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무언가 도태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집에서 애만 키워도 되는 건가.. (지나고 보면 그래도 되는 건데 뭐가 그리 조급하고 불안했는지.) 이러다가 나중에 영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뭐라도 준비하고 공부하거나 책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나? 하다 못해 영어공부라도 해 놓으면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인스타를 보면 살림도 잘하고 새벽 기상도 잘하는 인플루언서의 인증샷에 기가 죽었고, 서점을 가면 미라클 모닝에 대한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아직 아이가 어렸지만 나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새벽 시간에 대한 사모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막연한 불안감과 조급함이 나를 내 몰았다. 당장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미라클 모닝 모임에 돈을 내고 가입을 했고, 당장 무언가라도 이루어 보고 싶었다. 미라클 모닝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목표도 명확히 없는 채로.


역시나 나는 정말 부끄럽게도 30일간의 미라클 모닝 클럽에서 단 한 번도 출석 체크를 하지 못했다.(그래도 하루 정도는 할 법도 한데... 쩝.) 괜히 돈만 날렸다는 자책감, 내가 늘 그렇지 뭐라는 자괴감, 나는 왜 이렇게 늘 의지가 약할까 라는 자아부정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과 실패감에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나는 왜 그토록 조급했을까? 막상 새벽에 일어나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미라클 모닝을 통해 과연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역시 나란 인간은 새벽형이랑은 어울리지 않는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인플루언서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난 올빼미 유형이니 괜찮아 라고 애써 나를 위로하면서. 사람은 자기 체질대로 사는 게 맞지 란 생각을 하며 털어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몇 년쯤 흘렀을까?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필사와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다시금 미라클 모닝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모임의 리더인 분은 몇 년째 새벽 필사와 글쓰기를 이어오셨고, 아직 어린 아기를 키우는 다른 지인분도 새벽만큼 귀중한 시간이 없다며 간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새벽 시간이 그렇게 좋은가? 난 졸리기만 하던데.. 다시금 지난 실패의 역사를 떠올리기 싫었던 나는 그냥 원래 내 스타일대로 하자라고 생각했다. 언제든 내가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지 뭐. 꼭 미라클 모닝이 아니면 어때? 라며 자신만만하게.




아이를 등교시킨 후 바쁜 아침을 정신없이 보내고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카톡에서는 학교의 각종 공지와 알림,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수리 안내, 옆 학교의 종소리 및 전달사항 스피커 소리 등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잠시 고요한가 싶으면, 빨래가 끝났으니 얼른 건조기로 옮겨 담으라는 세탁기의 소리음까지..


아, 오전시간은 안 되겠다.. 어차피 집중이 안되니 서둘러 밀린 집안일을 하고 그때 내 시간을 갖자 결심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니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린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반가운 같은 반 엄마의 연락이 온다. "오늘 날씨도좋은데, 번개 할까요?" 콜! 기다렸다는 듯이 대강 집 정리를 마무리하고 나간다. 그래, 밥은 먹고 해야지. 점심시간도 안 되겠다. 이 때는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알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이지!


아이가 하교한 후 간단한 식사와 간식을 챙겨두고 글을 쓰기 위해 이번엔 진짜로 비장하게 컴퓨터에 앉았다. 무언가 집중하려는 그때 아이가 이런저런 요청을 한다. 내일 가져가야 할 준비물, 먹고 싶은 간식을 주문해 달라는 말과 오목도 한판 하고 싶다는 말까지.. 이래저래 왔다 갔다 하니 벌써 목욕시키고 잘 시간이다. 아, 저녁시간도 안 되겠구나.


아이의 일상이 정리된 후 다시금 컴퓨터에 앉았다. 띠리릭~~ 아 남편의 퇴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남편은 집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식사를 한다. 아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 논의를 하기도 한다.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을 두고 나 혼자만 할 일이 있다고 하기도 머쓱해서 이래저래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 아이는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같이 잠을 재워달라며 자꾸 엄마에게 온다. 아, 밤 시간도 아니구나.


그렇다면 남은 건 이제 새벽 시간뿐. 이번엔 진짜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다. 과거와 다른 것은 이번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었다.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져보고 싶었다. 나를 위해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한 그런 시간 말이다.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정말 그런 세계가 있었다. 카톡도 울리지 않았고, 어떤 사람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고, 바깥세상에서도 숨 죽이며 나를 배려해 주는 것만 같은 그런 조용하고 고요한 세상이 말이다.


글을 쓰고 싶으면 집중해서 쓸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나의 관심과 생각을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래서 다들 자신만의 새벽을 찾으러 가려고 했구나. 다른 시간으로 흘러가는 다른 세상이 있었구나.


한 번, 두 번, 세 번... 이 시간들을 맛보고 나니 이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이제 누가 말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 시간에 얼마나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는 지를 맛보아 알았다.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 시간을 찾아 나서고 싶다.


나의 게으름과 무질서함으로 지켜지지 못한 수 많은 날에도 태연한 척 생활은 하지만, 소중한 시간의 기회들을 놓친 것 같아 아쉬움과 씁쓸함이 크다. 남들이 보기에는 늘 같아 보이는 일상적인 하루를 시작하지만 새벽에 깊이 나에게 빠졌던 그 특별한 기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거나 벌써 몸에 익숙한 상태는 아니다. 한 번씩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하는 초보 단계이다. 여전히 나는 졸리며, 평생 수십 년 동안 익숙해진 내 몸의 습관과 체질을 버리기가 힘들다. 모두에게 미라클 모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미라클 모닝이 싫고 밉다. 그런데 해보니 이만한 시간이, 이만한 세상이 또 없다. 한 번 맛보니 끊기가 어렵고 자꾸만 그 세상에 가고 싶어지고 생각이 난다.


아이와 함께하는 오전과 저녁의 시간은 엄마로서의 시간이며, 남편이 퇴근한 이후의 저녁시간은 아내로서의 시간이며, 아이가 학교를 간 직후의 내 시간은 지인들(친구, 아이친구 엄마들, 가족들 등)의 시간이다. 나 자신만의 시간은 아닌 셈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비로소 나는 아무런 방해 없이 나 홀로 선다. 무엇보다 이 시간들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졸리고 힘들며, 자주 실패하면서도 이 시간을 찾아가고 싶은 이유이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꿋꿋이 간 선배들은 조언하기를, 결국에 미라클 모닝의 성공여부는 밤에 얼마나 일찍 잠자리에 드는가에 있다는 점을 조언해 준다. 일찍 잠을 자야겠다!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잠을 줄일 수는 없으니.


혹시 제가 모르는 미라클 모닝(새벽 시간대) 말고 좋은 시간대 있으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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