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강력한 힘은 디테일에서 나옵니다
저는 미팅이나 업무차 강남역에 자주 갑니다. 하루는 우연히 강남역 근처에서 한 분식집을 발견했습니다. 가게 외관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전단 때문에 눈길이 갔습니다.
‘저곳은 뭐 하는 곳이기에 유리창이 덮일 정도로 전단을 붙여 놨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가까이 가보니 손님들이 꽤 들어차 있었습니다.
‘뜨겁게 달군 돌솥에 각종 나물을 넣은 비빔밥 입니다.’
‘철판김치볶음밥에 치즈를 듬뿍 올렸습니다.’
어찌 보면 정직하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그래서 더 그 설명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흰 쌀밥’, ‘100% 참깨 참기름’, ‘치즈를 듬뿍’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 역시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남역에 있는 수많은 분식집 중에서도 이곳이 제 발길을 잡아끈 비결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무심결에 지나쳤다면 이 가게만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외부 메뉴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늘, 무심코 오가던 출퇴근길을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마케팅의 강력한 힘은 디테일에서 나올 때가 많습니다.
디테일은 가까이 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고객이 ‘어?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썼네?’ 하는 마음이 들 때, 그들의 마음에 울림이 생깁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브랜드가 팬을 만들고 고객의 머릿속에 남게 됩니다.
이태원에는 ‘맥심 플랜트’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 브랜드 맥심에서 만든 카페입니다. 층마다 넓은 창과 일하기 좋은 큰 책상 그리고 야외 테라스를 갖추어 많은 사람이 찾습니다. 건물의 맨 위층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 카페에서 제가 감동했던 건 아름다운 인테리어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큰 창도,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영수증 하단에 적힌 문구였습니다. 거기에는 카페의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보통은 통신사에서 와이파이를 설치하면서 최초로 정해준 비밀번호를 그대로 쓰거나 가게 이름을 따서 비밀번호를 정합니다. 조금 센스 있는 매장은 가게의 전화번호를 비밀번호로 하기도 하죠.
그런데 맥심 플랜트의 비밀번호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습니다.
coffee = maxim
이곳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coffee = maxim’이었습니다. 뭔가 떠오르는 문구가 있지 않나요? 그대로 읽으면 ‘커피는 맥심’이 되죠. 맥심 광고의 대표 슬로건이자 많은 연예인이 성대모사를 했던 바로 그 멘트를 와이파이 비밀번호로 설정해둔 겁니다.
이 문구를 와이파이 비밀번호로 정한 사람은 디테일의 힘을 아는 사람일 겁니다. 맥심 플랜트를 찾는 대부분 사람이 와이파이를 사용하기에, 비밀번호를 최소 한 번 이상 타이핑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 같은 일상적인 비밀번호가 아니라 기업의 광고 슬로건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디테일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일상을 관찰하는 데에는 의외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별도의 노력이나 큰 에너지가 필요치 않은 평범한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일상을 관찰하려면,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상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영감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일상만큼 좋은 곳도 없습니다. 우리의 고객이 살아가는 곳,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우리의 삶이 있습니다. 일상이야말로 마케터의 경험이 쌓이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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