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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퀘스트 Jun 25. 2019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
화를 대비하는 5가지 방법

고대 로마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가인 루키우스 아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마음의 평정'을 중시하는 철학자로, 이를 위해 감정에 물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 사람이었다.

루키우스 아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그림: 정중원 작가

세네카는 무려 2천 년 전에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최초의 저술인 「화에 대하여」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그는 화는 우리 인생에서 과연 필요한 것인지, 화는 인간의 본성인지, 화를 낼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가는지, 화에 대한 해악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과연 화는 어떻게 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지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인간의 격정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 무서운 격정인 화에 대하여 매우 정밀한 고찰과 사색을 담은 기록이라고 평가받는 이 책에서 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화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화에 대하여>, 사이


다른 모든 격정에는 그 안에 일말의 차분함과 조용한 면이 있지만 이 격정에는 오로지 격렬한 공격성만 가득할 뿐이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그에게 고통을 가하고 타인을 벌하면서 피를 보고야 말겠다는 비인간적인 욕구로 감정이 격해졌을 때, 화는 그 상대방을 해할 수만 있다면 다른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 - <화에 대하여>, 세네카


화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겨누어진 비수의 칼끝을 향해 덤벼들며, 앙갚음하는 당사자인 자신마저 나락으로 떨어질지라도 철저한 복수를 갈망한다. 한스스로 시작한 일이 무엇이든 이성과 충고에는 귀를 닫고, 하찮은 이유로 격분하면서 무엇이 옳고 참된지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분별력을 잃고 자신의 태도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미친 사람들이 일정한 증상(위협적인 말투, 험악한 표정, 갑자기 바뀌는 안색 등)을 나타내는 것처럼, 화가 난 사람들도 같은 증상들을 나타낸다.


"선한 사람은 해를 야기하지 않는다." - 플라톤


인간의 본성은 앙갚음을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화는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화는 앙갚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화에는 앙갚음이 어울린다. 선한 사람이 앙갚음에서 기쁨을 얻지 못한다면, 앙갚음으로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열정에도 전혀 기쁨을 얻지 못할 것이다.


■ 화의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

화의 최대 근원은 "나는 죄가 없어." 혹은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대체 말로 질책을 당하거나 제재를 받으면 원망하는 마음을 품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원래의 악행에다가 고집과 오만의 잘못을 또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험담하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그를 나쁘게 말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얼마나 자주 악의에 찬 말을 했던가를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우리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행한 것을 돌려받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자.

이미 실천하고 있는 웹툰 속 대사,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 중에서


■ 화를 대비하는 5가지 방법

세네카의 조언은 오직 우리가 화가 날 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그의 철학은 삶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던져주더라도 우리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가 말한 화를 치유하는 방법을 5가지로 정리했다.


① 화에 대한 대비책
: 자신의 감정을 선동하지 마라


"사람이 언제 투구를 쓰고 집을 나서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참 딱한 노릇이군." - 소크라테스


feat. 분노의 양치질


우리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인내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까다롭거나 괴팍하지 않고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온화한 성격이라야 한다. 까운 사람끼리는 습관도 닮아가게 마련이다. 또한 육체적 피로에도 똑같이 신경을 써야 한다. 몸이 지치면 우리 내면의 고요하고 온화한 기운이 모두 소진되고 날카로움만 남기 때문이다.


설혹 자신이 좀 손해를 본 것처럼 느껴져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자. 대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그만큼 고통도 없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는 게 싫은가? 그렇다면 매사에 시시콜콜 파고들지 말라.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뭐라고 하든지, 웃어 넘기고 그래도 남는 감정에 대해서는 용서하는 것이다.


② 화에 대한 치유책
: 유예와 숨김


화가 났을 때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잠깐만 기다려봐."


화에 대한 최고의 치유책은 유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처음에 끓어오르던 기세는 누그러지고 마음을 뒤덮었던 어둠은 걷히거나 최소한 더 짙어지지 않게 된다. 네가 어떤 일의 성격을 알고자 할 때는 언제나 그 일에 시간을 주어라.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는 아무것도 정확히 판단할 수가 없다.

화가 밖으로 표출되는 것을 허락하면 그다음부터는 그것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두지 않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화의 모든 증상들을 정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경우에는 화가 나면 목소리가 낮아지고 말수가 적어졌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많은 이들이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것을 느끼지는 못하니, 이 아니 기뻐할 일인가.


③ 다른 사람이 나보다 많이 가졌다고, 신에게 화내지 말라

성격이 침착하지 못하고 머리가 둔한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심을 품는다. 어느 정도냐 하면, 때로 그들은 적당한 호의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해 <피해>라고 이름을 붙인다.


우리보다 다른 누군가가 더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뻐해야 한다. 자기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결코 스스로 행복할 수가 없다. 내가 기대보다 적게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내가 너무 많이 바랐던 것이다. 우리는 다른 것보다 이 부분에서 생겨나는 화를 두려워해야 한다.

김재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중에서


④ 그저, 조금 뒤로 물러나 껄껄 웃어라

영화 <올드보이> 중, 출처: 다음 무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껄껄 웃어라." - 웃음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법관이나 부자의 집에서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그 집에 들어가려는 네 친구를 밀치는 것을 보면 너 자신이 친구의 편에 서서 화를 내게 된다. 그렇다면 너는 쇠줄로 목이 묶인 개에게도 화를 낼 것인가?
개는 아무리 시끄럽게 짖어도 먹을 것을 던져주면 조용해진다. 운이 대단히 좋아 그 집 안에 누워 있는 자들, 사람들이 쉽게 들어설 수 없는 대문이 곧 자신의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⑤ 타인의 화를 진정시키는 법

화가 처음에 끓어오르는 순간에는 남의 말이 들리지도 않고 마음도 정상이 아니기에 그때 섣불리 말로써 화를 진정시키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눈이 잔뜩 부어올랐을 때 비비거나 만지지 않는다. 만지는 것은 환부를 더 성나게 하기 때문이다. 화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반론: 화가 저절로 가라앉은 다음에 화를 진정시키는 방책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선, 화를 조금 더 빨리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복수의 수단들을 모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릴 수도 있다. 화를 늦추고 시간을 벌면서 즉각적인 보복을 막을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다.


매번 실천하고 있는 웹툰 속 대사,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 중에서
말1. "조심하시오. 당신의 화가 적들에게 기쁨이 되지 않도록."

말2. "조심하십시오. 위대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마지 않는 당신의 굳건한 명성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진실로 말하자면 저 역시 분합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괴롭기도 합니다. (...) 언젠가 그것이 가능해질 때, 오늘 참은 것까지 더해서 되돌려 주겠다고요."


당신이 상대의 화를 압도할 정도로 힘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승산이 있는 수를 써야 한다. 


■ 화를 내며 보내기에 우리의 인생은 짧다


화는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옳다. 근본적으로 나쁜 것을 무엇 때문에 적절히 통제한다는 말인가?


"마치 영원히 살것처럼 적과의 반목을 선언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인생을 허비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고결한 기쁨을 위해 사용하도록 우리에게 허락된 날들을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데 바치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는가?"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리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우리 자신에게도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짧은가!


우리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어느새 죽음이 지척에 와 있을지니



 - 내용 출처 

<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사이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음가면>, 브레네 브라운, 더퀘스트

<마음챙김: 마음이 삶을 어디까지 바꿀수 있는가>, 엘렌 랭어 지음,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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