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퀘스트 Sep 02. 2019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작은 가게의 경영 철학 5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시작하면 돼요. 정말 그거면 됩니다."


어느 업종이나 자영업은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경쟁도 치열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직격탄을 맞는 것도 작은 가게들입니다. 작은 가게가 살아남으려면 나름의 경쟁력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작은 시골 마을 한구석에 있는 작은 가게, 안젤리크 보야지. 이 가게의 대표 상품은 쇼콜라 보야지와 크레이프입니다. 특별한 상품은 아니지만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연매출이 11억이 넘고 연간 20만 명이 찾고 있습니다.


찾아오기 불편할 수도 있는 작은 가게에
어떻게 매일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는 걸까요?

(좌) 안젤리크 보야지 전경, (우) 안젤리크 보야지에서 판매하는 크레이프



창업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이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라'고 말하는 안젤리크 보야지의 창업자. 그가 쓴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습니다』에서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작은 가게의 경영 철학'을 소개해보겠습니다. 



 1. 기술지상주의를 버려라 


-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다>, p77


기술에 신경 쓰기보다
생각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을 요하는 직업에서 기술의 함정에 빠지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처음에는 고객의 행복을 위해 제품을 만들지만 기술지상주의에 빠지면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저런 것도 할 수 있어' 하며 어려운 기술을 과시하게 되기도 하죠. 그러면 점점 고객이 아닌 자신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단한 기술이 발휘된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이렇듯 지나치게 기술만 추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터키 셰프 Nusret Gökçe (=출처: giphy.com)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기술 범위 안에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실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잘 팔리는 상품 하나만 만들어라 


-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다>, p84


“한 개의 상품조차 팔지 못한다면 수십 개의 상품을 만들어도 팔릴 리 없다. 우선 상품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라.”


고객에게 '사랑받는 상품'을 만드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상품을 팔다보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량을 확보한 후 실제로 판매되는 상태를 확인해가며 잘나가는 상품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쏟는 에너지에도 한계가 생깁니다.


상품 개발자가 여러 명이라면 모를까,
한 사람이 여러 제품을 다 만들다 보면
오히려 모든 제품이 평범해질 수 있습니다.

"초심을 불태우세요." (=주간 아이돌 캡처본)

그렇다면 어떠한 고민을 해야 할까요? 우선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만들고 싶은 상품은 무엇인가', '내가 필요하고, 자주 쓰는 상품은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범위 안에서 '이런 아이디어로 상품을 만들고 싶어', '이 기능을 알리고 싶어'라고 생각하며 만든 상품이 인기를 얻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길 권합니다.



 3. 기억에 남는 상품을 만들어라 


-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다>, p107


재료와 만드는 요령 등 상품에 대한 다양한 고집이 하나로 집약되었을 때 비로소 뭔가가 완성되고, 이것은 고객의 기억에 남는 상품이 됩니다.


美味! (=출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캡처)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신에게도 분명 인상적이었던, 기억에 남았던 음식이 있을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단지 ‘맛’으로만 음식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입안에서 느낀 맛 한 가지가 아니라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켰던 음식을 떠올립니다.


쇼콜라 보야지와 크레이프를 가게의 대표 상품으로 기획하면서, 과연 어떤 감각을 일깨워야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래야 고객이 그 기억을 잊지 못해 가게를 다시 찾을테니까요. 그런 고민 속에서 찾은 단어가 크레이프의 경우 '따끈따끈', '쫄깃쫄깃', '폭신폭신' 같은 것이었습니다. 각 구워낸 크레이프의 식감과 온도를 생각하며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디저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상품이 있을 때, 사람들은 반드시 그 가게를 다시 찾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몇 가지 안 되는 상품으로 고객을 대할 때는 이 '다시'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4. 상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라 


-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다>, p112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스스로 ‘완성’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만들었다면 그다음에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브랜딩’입니다.


상품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그 상품을 브랜드화했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죠. 당연히 매장 앞의 줄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게 됩니다.


= 쇼콜라 보야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레이프


쇼콜라 보야지와 크레이프의 부가가치는 무엇일까요?

쇼콜라 보야지는 ‘수제’, 크레이프는 ‘갓 구운’이 부가가치입니다.


쇼콜라 보야지는 수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어 판로를 넓히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크레이프는 ‘유통기한이 30분’으로 매장에서 바로 먹어야 하는 음식입니다.


미친 듯이 먹고 싶은 마음. (= 출처: 무한도전 캡처)


가게가 알려지고 나서부터 백화점 담당자로부터 셀 수 없을 만큼의 이벤트와 지역 특별행사 출점을 권유받았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직접 안젤리크 보야지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그 가치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면 쇼콜라 보야지의 희소성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많은 양을 만들기보다 그날 모두 판매 할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만들고 있어요.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구매하기 힘들어’, ‘겨우 샀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상품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상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동시에 희소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죠. “이거, 구하기 진짜 힘들었어.” “너 주려고 겨우 샀어.” “일부러 가게까지 가서 사왔어.” 이렇게 말하며 건네는 상품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5. 트렌드를 의식하지 마라 


-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다>, p117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가 뭐예요?”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대답을 잘 못해요.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의외로 디저트 유행에 둔하거든요. 저보다는 평소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마 훨씬 더 잘 알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유행이나 트렌드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디저트 업계의 트렌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트렌드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영속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트렌드는 세월이 흘러 과거의 것이 다시 반복되기도 합니다.


제가 디저트 세계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도 유행은 늘 있었습니다. 어느 때는 치즈케이크, 어느 때는 티라미수, 또 어느 때는 크렘브륄레, 생캐러멜, 마카롱 등이 시대를 풍미하며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유행들을 일일이 따라가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 안젤리크 보야지 전경


그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을 성실하게,
꾸준히 판매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유리합니다. 

이 점은 디저트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또한 일시적으로 유행이 시장을 휩쓸더라도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딸기를 올린 케이크’는 유행에 상관없이 언제나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이런 기본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품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특별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오래갈 수 있어요. 평범한 상품을 특별한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진짜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이 됩니다. 자신이 만든 상품을 믿고,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을 따르면 처음엔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길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한 원칙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가게를 성공시킨 이야기는 주변에도 여럿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봐야 안젤리크 보야지라는 디저트 가게를 어떻게 경영했고 어떤 상품을 만들었는지가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젤리크 보야지의 창업자는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장소'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합니다. 줄 서는 가게를 만드는 건 마술도 아니고, 기적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멀리서도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가게의 비밀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현재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나 이제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읽어보기 > http://bit.ly/2lr4Ny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