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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진짜 내 대화를 엿듣고 있을까?

by 데어릿

갤럭시와 아이폰을 막론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내 스마트폰이 진짜로 내가 하는 말 다 듣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분명 검색을 한 적도 없고 그냥 친구와 전화를 할 때 잠깐 언급한 내용이 내 SNS에 광고로 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화뿐만 아니라 가끔은 실제로 친구를 만나 그냥 대화를 했을 뿐인데도 그렇게 광고로 뜰 때도 있죠. 그러니 스마트폰이 내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합리적 의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워낙에 ‘스마트’한 기기라 무엇이든 가능하기에 생각보다 예전부터 이런 논란은 각종 언론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스마트폰이 진짜로 내 대화를 엿듣고 있는 지에 대해 관련 기사나 사료들을 살펴보고 나름대로 뇌피셜을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방금 그거 얘기했는데 내 인스타에 광고로 떴어!


스마트폰이 우리 대화를 엿듣고 그와 관련된 광고가 SNS 등에 표시된다는 의혹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제기한 것이 아닙니다. 2024년 12월 일본 IT 미디어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등 연구팀은 오프라인 대화 내용과 관련된 광고 수신 경험과 그 인식에 대해 조사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죠.

연구팀이 미국, 네덜란드, 폴란드 3개국에서 총 8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에서는 77%, 네덜란드에서는 66%, 폴란드에서는 52%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일상적인 대화 내용과 관련된 광고가 자신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표시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더 신기한 점은 각국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전자기기에 의한 대화 도청을 믿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응답자 중 약 60%에 해당하는 사용자들이 이러한 대화 관련 광고가 스마트폰의 대화 도청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현대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매일 같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습니다.


진짜로 내 대화를 엿듣고 있는 걸까?


이런 대화 관련 광고가 스마트폰이 우리 대화를 도청했다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자료도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2일 영국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페이스북 마케팅 파트너 중 한 곳인 콕스 미디어 그룹(CMG)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유출되었을 때였죠. 해당 자료는 CMG가 액티브 리스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맞춤 광고를 생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 노트북, 홈 어시스턴트 등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구매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합니다. CMG는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화를 듣고 실시간으로 의도를 파악해 데이터를 저장하며, 광고주는 이 음성 데이터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결합해 소비자를 타게팅 할 수 있다고 적혀있죠.


다만 이 내용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는 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여파가 커지자 구글은 파트너 프로그램 웹사이트에서 CMG를 즉시 삭제했고 메타는 CMG의 서비스 약관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죠. 그러나 이후 이렇다할 관련 소식도 없고 CMG 측에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애플이나 삼성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에 동의 받지 않은 음성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어 이러한 의혹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습니다.


결론은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물론 대화 내용 관련 광고가 뜨는 게 나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나를 아주 잘 파악해서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를 띄워준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스마트폰이 멋대로 내 말을 엿듣는 기분이 들어 언짢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시리가 작동되고 사적 대회를 녹음해 광고 업체 등 제3자에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죠. 이로 인해 애플은 9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스마트폰이 대화를 엿듣는 게 아주 불가능한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지나친 불신일 수도 있지만 저 스마트한 기기가 마이크 켜짐 표시도 없이 내가 하는 말을 언제 어디서나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아무리 개인정보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들 법의 테두리가 언제나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죠.


속시원한 결론은 아닙니다만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이 우리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만큼은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앱별로 설정을 통해 마이크 권한을 아예 차단한다던지 하는 방법도 쓸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에 마이크가 달려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마이크의 기능이 작동한다면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죠.


관련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제조사, 또는 빅테크와 협업하는 마케팅 사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서 우리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없애주기를 바라볼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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