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할머니의 작은 책방을 준비하는 자세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엄마 테리지노가 사는 집 책은 언제 서점에서 살 수 있어?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응! 당연하지’

‘고마워 아들:)’


나는 새벽마다 글을 끄적인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스럽고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언어로(당연히 자랑스러운 한글이다) 요렇게 조렇게 쭉 늘어놓는다. 책만 읽던 엄마가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니 아이 눈에는 새롭기도 하고 낯선가 보다. 무엇을 쓰는지 왜 쓰는지 재잘재잘 물어온다. 무심코 뱉어낸 대답에는 나의 진심이 실려 있었다.

엄마는 무언가를 쓸 때 행복하거든. 토리와의 추억을 글로 남겨두기로 하고, 엄마의 글이 혹시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좀 따뜻하게 해 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읽을 책 만드는 거야 그럼?’

‘그렇게 되면 좋겠지?:)'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형제가 없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외로울 거라 단정 지었고(형제가 있어도 외롭다는 걸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걸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책과 함께 지내면서 남몰래 꿈꿔온 것이 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작은 책방 주인으로 글을 쓰는 삶,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동화책도 읽어주면서 말이다. 이 상상만으로도 나는 내가 물리적 신체적 변화에 기인한 청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쉽지 않아 진다. 마음만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할머니가 되어있을 테니-


어느 날, 남편과 대화 중에 어쩌다 보니 나의 노후의 꿈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했고, 남편은 글을 쓰는 책방 주인은 꼭 귀여운 할머니이어야만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날 밤, 나는 남편이 별생각 없이 물은 질문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책방 주인은 지금은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귀여운 할머니가 된 뒤가 좀 더 적합할 것 같았고, 글을 쓰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망설여지는 이유라면 좋아하는 만큼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었다. 차근차근 불안함을 달래 보니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려면 연습과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느껴졌고 묘하게 설레었다.


마음먹고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는 시간을 조금 쪼개어 몇 글자씩이라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온 이야기를 쓰기 시작으로(아직도 쓰고 있는 중이다) 아이와의 일상을 글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 끝에 테리지노가 사는 집 웹툰과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역시나 불안했던 마음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글을 쓸 때마다 행복했지만 쓰고 난 글을 읽고 나면 부끄러워졌다. 글을 쓰는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하고, 글쓰기 특강 같은 것을 들어봐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려해보았지만 잘 쓰는 글보다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위안을 삼아 보아도 작은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불안한 마음의 처방전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옆동네 임자님과 잠실에 사는 장미님은 내가 글을 보낼 때마다 일단 하트 안경을 장착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끝이 없는 칭찬으로 나의 타자 속도에 부스터를 달아준다. 숲 속에 사는 찐 님은 국문학도답게 내 글에서 비문을 찾아내고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동반자 이모군은 정말 솔직하다. 그 덕분에 남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한 글들이 수두룩하다. 쓰고 있는 이야기는 동반자 이모군에게만 보여주는데 그의 다정한 냉철함 덕에 사라진 등장인물도 여럿이다.


이렇게 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

새벽과 저녁에 써 내려가는 일기는 내가 나를 위로하는 법을 알게 해 주었고,

이야기를 쓰면서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테리지노가 사는 집은 나의 육아관을 셀프 응원하면서 흔들림 없이 아이와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내가 아는 단어들로 빚어내는 일-

글을 쓰는 이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삶이 중요했던 나의 지난날들과 멀어지게 해 주었다.

그리고는 내 스스로가 느끼는 삶 안으로 나를 안착시켜주었다.

나의 시선과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여전히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 그럼, 언젠가는 해야지 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 조금씩 시작해보면 어떨까?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너그러운 마음과 시작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다.


P. S 귀여운 할머니의 작은 책방을 준비하는 자세

• 작은 것에도 감동하며 감사할 것

• 함께하는 이들 그리고 주변에 사소한 것들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하며 살아갈 것

•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것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을 산다기보다는 경주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평선 멀리에 있는 목표에 도달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죠 한창 헉헉대며 달려가느라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엔 눈길 한 번 못주고 말이에요. 전 위대한 작가가 못 되더라도 길가에 앉아 작은 행복을 쌓아 올리기로 마음먹었어요.]

–키다리 아저씨 中에서-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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