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와 테리지노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엄마 나 오늘 정말 용감했지?’

‘토리는 용감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데?’

‘음… 무섭지만, 용기를 내서 해보는 거?’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승마장에 다녀왔다. 평소 동물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아이는 출발하는 발걸음부터 신이 났다. 아이의 신이 나는 모습은 지난밤 깊은 잠에도 다 씻겨 내려가지 못한 고단함을 잊게 해 준다.

차로 20분이 안 걸려 도착한 곳에서 아이는 말을 보자마자 환한 웃음과 긴장한 얼굴을 함께 내비친다. 생각보다 훨씬 큰 말을 보고 긴장한 탓일 거다. 승마장을 둘러보다가 말을 타고 싶은지 물었다. 조랑말은 종종 타본 적은 있지만 진짜 ‘말’ 은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상 두세 번 더 이곳에 와본 후 타겠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외의 답을 내놓았다.

‘엄마 당연하지. 꼭 타볼래요.’ (역시 내 아이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만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두 시간 여정도 기다린 뒤에 말에 올라탈 수 있었다.

아이를 태울 말의 이름은 ‘윌리’였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윌리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동물과의 교감을 나누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뭐랄까 어른이 된 내게서 자연적으로 소멸해버리고 만 그 무언가를 발견하는 느낌이다.


인사를 마치고 긴 기다림 끝에 사육사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는 윌리 등에 올라탔다. 두세 바퀴를 돌다가 아이와 윌리가 제법 합이 잘 맞는다며 사육사님은 아이에게 한 손을 옆으로 뻗어 균형을 잡아보라고도 한 손을 머리 위에 올려보라고도, 두 손을 다 어깨 위에 올려놓기도, 엉덩이를 떼고 서서 열을 세어보라고도 하셨다. 이런저런 훈련(?)을 마치고 아이는 윌리와 함께 속도를 내어 달렸다. 아이는 모든 걸 잘 해냈지만, 아이가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윌리가 아이를 배려해주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었으려나. 한 바퀴 돌고 나면 윌리의 등을 토닥이며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아이에게 계속 알려주시는 사육사님이 감사했다.


아이와 윌리를 가만히 서서 보고 있자니 아이 책에서 봤던 말과 사랑에 빠져서 멸종되었다는 타팬생각이 났다. 약 6000년 전에 사람에게 길들여진 것은 말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타팬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러다 초원이 줄어들자 타팬은 목장으로 다가갔고 사람에게 사살당하거나 말과 사랑에 빠져 잡종이 늘어나면서 멸종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

윌리의 조상을 찾아 한참 따라 올라가 보면 사람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했던 타팬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윌리 등에서 내려온 아이는 윌리에게 당근을 주며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우리의 승마 체험은 마무리되었다. 윌리는 이 모든 순서가 익숙한 듯이 보였다.

아이가 오늘 온몸으로 느꼈던 윌리와의 첫 만남은 아이 마음에 어떤 자국을 남길까?



집으로 돌아와 아이는 말에 관한 책을 열심히 찾아 읽고 나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어깨너머로 책을 읽던 아이가 갑자기 말로 변신해서 달리고 있다. 어찌나 윌리스러운지 웃음이 터졌다. 내 웃음에 아이는 한달음에 내 뒤로 달려와 나를 꼭 안아주며 재잘거린다.

‘엄마 윌리 등에 타 있으면 윌리가 먼저 가고 내가 따라가는 느낌도 있어. 그리고 윌리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윌리 눈 안에 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더라니까. 윌리 털이 어떤 부분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보이는 것도 알아? 갈색인데 더 진한 갈색인 부분도 있어. 윌리 코 끝에 분홍색 점이 있는 거 엄마도 봤어? 꽃 모양 같아.’

하던 일을 멈추고 뒤로 돌아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아이들은 우리 곁에 흔하고 친숙한 소재를 싱그럽고 아름답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 아이가 오늘 정말 용감했냐고 물었던 물음에는….

‘맞아 우리 토리 오늘 정말 용감했어. 그런데 토리야. 엄마는 토리가 윌리 등에 올라타든 곁에 서서 쓰다듬어 주든 다 멋지고 용감하다고 생각해. 무서움을 참아내고 무언가를 해내는 것만이 꼭 용감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자기 마음을 잘 아는 것.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나보다 더 용기 낸 친구에게 박수 쳐 줄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용감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라고 대답해주었다.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소중하게 가꾸어 주고 싶다.


다시 윌리를 만나면 나도 윌리 코 끝에 꽃을 닮았다는 분홍색 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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