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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의 히어로는 세븐 하이

그리고 최종현

by 더슬로우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302 day


데블스 플랜의 세계관은, 우리 세상의 축소판이나 다름이 없다. 승부의 세계는 잔인하지만 아름답고, 운칠기삼이 맞지만, 운명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서로 돕고 싸우면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다. 승부는 있어도, 승자와 패자만 있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아직 데블스 플랜 시즌 2의 최종 우승자의 스포를 당하기 싫은 사람은 아래 글을 스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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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ipe 450. 사실상 세븐 하이와 최종현이 다했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승부는, 천상계 이세돌에게 도전하는 평범한 인간계가, 이세돌을 꺾고 이기는 구도의 서사이기를 바랬는데, 결국 이번 시즌의 마지막 라운드의 플레이어는 정현규와 윤소희였지만, 사실 데블스 플랜 시즌 2는 딱 11화까지가 이 '판'과 이 '극'의 끝이라고 봐도 좋다. 마치 최종화를 앞두고 모든 갈등이 해소된 드라마 시리즈의 클리쉐처럼, 12화부터는 사실 현규든 소희든 아무나 이겨도 무방하리만큼 둘의 승부는 큰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현규의 승부근성은 사실 '환승연애'의 연출에서 몇배 더 빛나는 서사를 만들어내는데, '데블스 플랜'에서는 그저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 궤도의 시즌 1과는 달라야 한다는 PD의 연출 의도에 따라, 절도 폭력만 빼고 모두가 허용된다는 악마가 짜놓은 판에 악마 역할을 순순히 자청해서 악마 롤 플레이하면서 알파고처럼(아니, 소시오패스처럼?) 경기를 칼같이 잘 해냈다. 그의 비상한 두뇌회전과 어마했던 퍼포먼스마저 빛을 잃고 찐 순수 악마같은 캐릭이 되어버렸다. 명승부가 아니었기에, 거액의 상금을 기부한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상 이 데블스 플랜의 극적인 드라마는 최종현이 다 써내려갔다. 현실판 '쇼생크 탈출'이 따로 없을 정도로, 감옥동에서 그 험난한 히든 스테이지를 탈출해내고, 오직 승부를 위해 연합과 배신의 정치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쫄깃하고 스릴있게 써내려간다. 그의 드라마가 끝이 났을 때, 사실 이 '판'은 드디어 최고의 클라이막스에서 급격히 힘이 빠진다.


https://youtube.com/shorts/CT36tLKOFDc?si=h2_BFGfLeJlxiEoX


내가 보기에 이번 시즌의 히어로는 사실상 세븐 하이라고 본다. 부채 경찰 매치 때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를 어떻게 살려야하는지 두뇌와 가슴으로 캐치한 유일한 사람같았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보다 게임'판'을 잘읽는 사람이고, 그 게임'판'에서 자신의 플레이가 빛나고 매력적일 수 있게 베팅하는 저력이 뛰어났다.


세븐 하이가 "진짜 악마는 따로 있었고, 나는 그냥 불량배였어" 라고 얘기했는데, 건강한 불량배가 있어서 악마가 지배 못하는 세상에 사람들이 마음놓고 살 수(게임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그는 진정한 이 '극'의, 이 '판'의 히어로였다.



목표일: 302/365 days

리서치: 450/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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