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접촉사고

by 김성훈

어제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시간이 나서 양평의 용문집에 들렀다. 도시의 빠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기대했다. 그러나 인생이란 늘 예상치 못한 굴곡을 품고 있는 법, 저녁에 가족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양평의 봄은 서울보다 유독 늦게 찾아와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4월의 말이다. 집안은 서울보다 한결 쌀쌀하여, 여름이면 시원할 법한 그 공기가 오히려 반갑지 않았다. 용문집에 도착해 가방을 풀고 잠시 용문산을 바라보며 쉬어가는데, 그만 잊고 있던 가족과의 저녁 약속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집사람의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약속, 잊어버린 거 아니지?" 집사람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심상치 않았다. 아차 싶어 바로 청계산 아래 글램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는 나에게는 다소 낯선 일이었지만, 그들과의 시간이라면 어디든 좋았다.


돌아오는 길, 팔당대교를 건너는 램프에서 화물 봉고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오후 5시, 퇴근 시간 차량들로 붐비는 도로에서, 봉고차가 갑자기 나의 아우디 뒷문을 들이받았다. 봉고차 운전자는 내려서는 대신 고함을 질렀다. "왜 내 차를 박느냐고!" 그러나 실상은 그의 차가 나의 차선으로 확 들어온 것이었다. 그의 차 왼쪽 앞범퍼가 내 차를 긁어 찌그러진 것을 보고 그제야 그도 머쓱해졌다.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정체되었고, 보험사 출동을 기다리는 동안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아직도 길 위에서는 언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직원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하고, 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글램핑 장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나는 사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그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 차가운 봄바람도 잊혔다. 저녁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보험사에서 렌터카를 대여해 주고 내 차를 수리하기 위해 가져갔다.


십 년 넘은 아우디를 바꿀까 고민하던 차에 이 사고가 터져 마음이 더욱 뒤숭숭했다. 그러나 인생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새옹지마'라는 생각으로,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하루였지만, 이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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