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문득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어느새 일주일의 절반이 흘러가고, 손주들이 올 토요일을 준비하는 주말이 코앞이다. 매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주들을 보면, 어제만 해도 만 2세의 어린아이들이었는데,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아내는 금요일 저녁이면 집안을 정리하며 "내일이면 아이들이 오네요"라고 말하는 그 순간들도 어느덧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를까?
인생을 돌아보면, 마치 바람에 실려 날아간 풍선처럼 순간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마흔을 넘긴 아들들이 여전히 고등학생 때로 기억되는 것은, 지난날들이 너무도 빨리 흘러갔음을 증명한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회사와 가정에서 할 일이 넘쳐나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바쁘게 살았었지만, 은퇴 후의 삶은 고요한 가을날 강물처럼 잔잔하다. 변화 없는 일상은 시간을 무채색으로 물들게 한다. 주변의 동년배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어느새 또 한 달이 지났네", "벌써 6월이야"라는 말이 무심코 습관처럼 흘러나온다.
몇몇 학자들은 시간의 속도가 상대적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워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만, 성인이 되어 반복적인 삶을 살면 뇌는 익숙한 패턴을 압축해 처리한다. 그래서 시간이 짧게 인식된다. 10세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10%이지만, 50세 성인에게는 고작 2%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비중이 작아지니,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의 집에서 양평의 세컨드 하우스로 향한다. 차로 갈 때는 익숙한 풍경에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지하철과 전철을 타면 남다른 경험이 펼쳐진다. 옥수역에서 갈아타는 교외선 전철은 창밖으로 한강의 석양을 비추고, 양수리 철교를 지날 때면 팔당 호수의 노을이 전철 창가를 물들인다. 텅 빈 객차에서 마주치는 시골 사람들의 인사, 택시 기사와 나누는 이야기들, 이 모든 것이 2시간 30분의 여정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날은 하루가 유독 길게 느껴지고, 삶의 리듬 또한 느리게 다가온다.
이처럼 시간의 속도를 늦추려면 "새로움" 이 필요하다. 새로운 취미, 낯선 길, 처음 만나는 사람들. 루틴을 깨는 작은 변화가 뇌에 자극을 주어 시간을 확장시킨다. 여행을 가거나, 언어를 배우거나, 오래된 고향 친구와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더욱 풍부해진다. 슬로 라이프의 핵심은 익숙함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은 삶의 속도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30대는 30km의 속도로, 50대 이후의 삶의 속도는 시속 50km로 달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속도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는 삶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평소 생활 장소를 바꾸어 보자, 익숙한 거실보다 공원의 벤치에서 책을 읽어본다.
만나는 사람들을 바꾸어보자, 오랜 친구뿐 아니라 젊은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시간의 분배를 새롭게 해 보자, 아침 식사 후 평소엔 마시지 않는 커피를 즐긴다.
조급함을 버리고 주변을 찬찬히 관찰할 때, 시간은 조금씩 늦추어 걷기 시작한다.
손주들이 "할아버지, 빨리 오세요!"라고 외칠 때면, 나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걸으며 대답한다. "천천히 가자, 얘들아. 다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으니 천천히 가자꾸나."
여름 강물처럼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의 시간은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냇가를 지난 강물은 바다로 향한다. 어제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우리는 그 자리를 물려준다.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내와 종종 얘기를 한다. "얘들아, 좀 천천히 자라라." 그 말 뒤엔 세월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쉬움이 함께한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느끼는 방식" 뿐이다.
오늘도 나는 익숙한 길 대신 동네 우면산의 둘레길을 선택한다.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바람 소리와 계절의 변화가 선명해진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되, 그 속에서 천천히 걷는 그것이 내가 바라는 앞으로의 느리게 사는 삶의 바람이다.
"삶의 가장 큰 습관은 익숙함이다. 느림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