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5X, not 5%

두 달 전이었습니다. 퍼플렉시티에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Meta demands metaverse workers use AI for 5x gains’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자료를 찾던 중 제목이 눈에 띄어서 관련 링크를 클릭했는데, 클릭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5%나 50%도 아닌 5x라니. 뭐, CEO라면 저렇게 강조할 수도 있겠지’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AI4P’였습니다, 기사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AI를 업무 성과 창출을 위한 일상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AI를 사용하면 정말 업무 성과가 5배가 될 수 있을까?


AI를 사용하면 업무 성과 5배가…가능한가? - 현재의 조직 생산성 연구 결과

다수의 신뢰도 높은 연구들은 AI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 향상 폭이 많아야 10%~20%이지 5배는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로 MIT Sloan,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수행한 무작위 대조 실험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AI 코드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개발자들의 평균 생산성은 약 26% 증가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신입이나 경력 초기 개발자의 경우 27~39% 수준으로 생산성이 향상한 반면, 숙련 개발자는 8~13%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연구인 METR 연구는 보다 더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줍니다. 숙련 개발자들이 AI 를 사용할 경우, 작업 시간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평균 19%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Faros AI라는 회사의 분석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이들은 팀 단위에서 AI 도입 효과를 분석했는데, AI 도입 이후 전체 산출량은 증가했지만 동시에 코드 리뷰 시간 증가, 버그 수 증가, PR 규모 확대 등 병목과 품질 저하가 함께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즉, 개인의 산출량은 증가했으나, 그것이 곧바로 팀 전체의 효율성과 품질 개선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AI로 ‘5배 성과’는 멀기만 한 듯합니다.


AI, 효율성을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친구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AI로 성과를 이룬 개인적 경험이요. 몇 가지 경험을 가져와봤습니다.

먼저 인상깊었던 지인의 경험인데요, AI사용법 강의 중 참가자로 만났습니다. 그 당시 대학원생이었고 지금은 어였한 직장인인데요. 강의 중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이과를 전공한다고 합니다. 재무관리 중간고사인가가 당장 내일이었는데, 책 내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무관리 교재 내용을 하나씩 AI에게 이렇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비유와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줘’

그렇게 AI를 붙들고 재무관리 내용을 공부했고, 그 전략이 통해서 시험을 잘 치렀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이야기하며 친구는 무척 뿌듯해 보였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 AI를 사용하기 시작한 얼마 후, 이 친구가 정말 말이 안 되는 능력자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기에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엑셀 작업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월, 매분기, 매년 동일한 양식의 엑셀 파일을 사용하며 내용만 바꿉니다. 그때 갑자기 든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경험한 이정도 능력자라면 이걸 자동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GPT에게 가능하나고 물었습니다. 가능하답니다. 오케이. 네 말 믿고 한번 도전해보자.

그때부터 유투브에서 엑셀과 데이터 분석을 보면서, 모든 것을 GPT에게 물었습니다. 자동화 언어는 파이썬이었고 목표는 엑셀로 작성하는 마감서류의 자동화였습니다.

저도 앞의 친구와 마찬가지로 ‘이 내용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비유와 예시로 설명해줘’라고 부탁했습니다.

딱 3개월 걸렸습니다. 코딩도 모르고, 엑셀 함수도 그냥 쓰던 것만 쓰는 제가 파이썬을 활용한 엑셀자동화를 구현하고 그걸 워크숍으로 만드는데요.


또 다른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정리하는 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직업이자 취미이기에 늘 이 삶이 즐겁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25년 들어 책 읽는 양이 현저히 줄었든 반면, 논문들을 읽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여러 Article을 읽다 관련 논문이 궁금하면 AI에게 찾아달라고 합니다. 대부분 영어라, 다시 AI에게 한글 번역과 연구 방법, 기간, 성과, 특이점 등을 정리해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쌓은 자료들을 모아모아서 과정을 개발하고, 글을 쓸데도 활용합니다.


AI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원하는 논문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을 겁니다. 찾은 논문 대부분이 영어였기에 설령 찾았더라도 언제 읽고 해석하겠습니까. 아마 한달에 논문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지금 저는 거의 매일 논문을 읽습니다. AI는 제게 5배를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친구입니다.


5배 생산성, 개인은 가능한데 조직은 어려운 이유…노준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

이런 경험을 저만 느낄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그런데 조직이나 팀에선 어째서 이런 경험을 하기가 어려울까요? 이건 그냥 제 주관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입니다.


첫번째 이유로 저는 ‘주도성’을 꼽습니다.

저는 제 일을 제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말이 안 되는 일처럼 보여도 제가 하고 싶으면 그냥 시도합니다. AI사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할 수 있나?’하고 실험해보고 ‘그럼 저것도?’라고 실험해봅니다. 이렇게 실패를 전제로한 실험이 가능합니다. 반면 회사 업무에서 실패를 전제로한 실험이 가능할까요?


두번째는 AI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지난 몇 년간 AI 콘텐츠의 큰 흐름은 두 가지였습니다. ‘AI로 이런 것도 가능하다’라는 기능 소개와 ‘AI로 보고서 자동 생성하기’와 같은 효율성 강조 메세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AI의 활용의 핵심을 효율성이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무엇, 기존엔 불가능했던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녀석이요. AI는 저에게 ‘효율성을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친구’입니다. 정말 아쉬운 건 아직도 많은 분들이 AI를 ‘더 빨리 일하게 만드는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은 학습과 평가의 간극입니다.

AI를 경험하며 느낀 또 다른 하나는 ‘학습능력이 곧 성과’라는 점입니다. 제가 20여편의 논문을 읽고 정리하고 구조화해서 ‘AI시대의 인재유형과 리더십’이라는 강의를 만드는데 딱 한달반이 걸렸습니다.

AI도입 이전이었다면 책을 읽고 정리하고 구조화해서 과정으로 연결하고, 개발하기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다시 말해 과정개발이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학습’과 ‘축적’의 시간을 AI는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우리 기업문화는 아직 학습보다는 평가에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젠 팀 성과 미팅보다 ‘더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 AI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토론하는 팀 학습을 더 높은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조직의 5배 성과 창출은 단순한 구호일뿐인가?

얼마전 샘 월트만이 ‘앞으로 5년 이내에 개인 유니콘이 나온다’라고 한 기사를 봤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아주 공감합니다. 정말 유능한 사람들은 벌써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개인만 그럴까요? 기업은 개인보다 더 걸음의 폭을 크고 넓게 가져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기업들이 넓히고 있겠죠. 5배, 10배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25년은 AI를 사용하는 제게 큰 분기점이 된 해였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분기점은 1월경, 구글을 퇴사하신 임원분의 강의였습니다. 1시간 남짓 강의 중 ‘마술봉’에 대한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제 기억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구글 CEO가 사내에 이런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술봉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전제에서 제품을 디자인해보라.”

위의 메시지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앞 뒤에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는데 받아 적지 못했습니다.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메시지 이후 나온 결과물 중 하나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더 열심히 말고 더 똑똑하게’라는 구호를 실제 결과로 만들어낸 조직 말입니다.

어쩌면 메타가 말한 5X도 이런 관점에서 나온 메시지는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5X가 제 눈에 띈 건 이 질문이 26년을 준비하는 제게도 해당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AI라는 마술봉으로 나는 어떻게 26년을 5X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과도 나누고픈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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