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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월광

[디카시 & 에세이]

by 겨울새 Winter Robin

맨눈으론

볼 수 없던 빛의 길들이,

너의 조용하게 타오르는 생명력이,

남의 눈을 통해서야 겨우

내게 닿는구나.






길을 걷다가

휘영청 뜬 둥근달과

그 주변을 둥글게 감싸는 빛무리가

짙푸른 여름의 밤하늘을 밝히는 전등 같아서,

어찌 보면 열기구 같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화면에 담긴 달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빛이 달 주변에만 고여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빛은 고여있지 않는다.

언제나 열심히 밖으로 뿜어져 나가고 있다.

이 밤의 달 또한,

무한한 생명력을

끊임없이 외부로 발산하는 중이다.


순간

이 달이 우리 같았다.

맨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정체된 것처럼 보인다 해도,

우리 안에 내재된 생명력은 밖으로 뿜어져

드넓은 밤하늘 어딘가를 밝히고 있을 테니까.


누군가는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 밤의 나처럼.


어쩌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맨눈에 담기에는

지독하게 뜨겁고 강렬해서

다른 무언가,

카메라 렌즈든

다른 어떤 사물이든

사고의 프레임이든

상대를 간접적으로 담을 수 있는 어떠한 그룻이

꼭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 밤,

달의 뜨거운 생명력을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다른 이의 생명력을,

또 누군가는 나의 생명력을,

따뜻한 시선 발견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좋겠다.


이 뜨거운 여름밤이

달빛 덕에 한결 사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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