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이제는 카드도 디자인한다!
1.티타늄
2.일체형 구조
3.심플한 무늬
4.빛나는 각인
5.둥근 폰트
6.유니크 칩
7.디테일에 대한 강박
금주 애플의 Special Event는 모두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캐시카우였던 하드웨어를 제쳐두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암시했다.
소프트웨어 발표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애플의 새로운 신용 카드인 애플카드의 실물 버전이었다.
애플답게도, 여타 평범한 신용카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매우 사소한 디테일들이 다른 카드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물론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3월 28일 기준), 애플이 프로모션에서 제공한 제품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애플은 티타늄 혹은 합금으로 카드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티타늄은 다른 메탈보다 비싼 대신, 신용 카드로써 사용할 때에 이상적인 특징 몇 가지를 갖고 있다.
티타늄은:
가볍지만 단단한: 티타늄은 철처럼 단단하지만, 무게는 40%밖에 안 된다.
부식에 내성 강한: 티타늄은 대부분의 부식에 매우 내성이 강해서, 젖은 식당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인체에 무해한: 기본적으로 독성이 없으며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
유연한: 티타늄은 종방향 탄성이 낮아서, 많이 구부려도 원래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 즉, 땅에 떨어뜨릴 수 있는 물건에 완벽하게 적합한 재료이다.
또한 애플은 카드의 가장자리를 커팅하고 각인된 부분의 생금속이 드러나도록 연한 컬러로 코팅해뒀다.
키노트에서 공개되었던 제조 공정이 최종 제품에 적용될 공정과 비슷할 경우, 애플 카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신용카드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메탈" 신용카드들은 EMV 칩, 숫자 및 마킹이 적용되는 두 개의 플라스틱 조각 사이에 도장을 찍은 금속 조각으로 구성되어있다.
애플이 제공한 영상을 보면, 티타늄 한 장에서 카드 모양이 잘려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EMV 칩이 들어갈 자리를 잘라낸다.
이는 애플이 2008년 맥북 에어와 2세대 맥북을 만들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일체형 제고 공정이다. 메탈이나 플라스틱의 여러 조각을 붙이는 전통적인 공정 대신, 하나의 메탈 조각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체형 제조 공정은 내구성과 강도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치자면, 오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카드들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고, 그러는 와중에 카드 단말기에 삽입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체형 신용 카드는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애플 카드 디자인의 핵심은 ‘최소화'이다. 몇몇 하이엔드 신용카드는 뒷면에 많은 표시를 남겨두곤 한다. 애플은 한 스텝 더 나아갔다.
일반적인 카드에 있는 카드 넘버, 만기일, 보안 코드(CSC 혹은 CVV)와 사인 칸이 전혀 없다.
앞면에는 날카롭게 새겨진 애플 로고만이 있을 뿐이고, 카드 주인의 이름은 하단 칩에 정렬되어있다.
뒷면 역시 똑같이 미니멀하다. 마그네틱 선은 카드의 가장자리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감명 깊은 것은, 애플이 은행 로고(골드만 삭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네트워크 로고(마스터카드) 역시 뒷면으로 몰았다는 점이다. 펜타그램이 2016년에 리디자인한 마스터카드 로고는 아웃라인된 형태로, 전면의 애플 로고와 똑같이 각인되었다.
영상에서, 전면의 아웃라인된 애플 로고가 먼저 레이저로 날카롭게 새겨진다.
그 아웃라인이 한 번 더 양쪽에서 크로스되어 각인된다. 이렇게 비스듬한 표면은 우리가 카드를 들었을 때 빛을 잡아내고 반사시키기 위해서 디자인된 것이다.
카드 주인의 이름을 자세히 봤더니, 폰트가 기존 San Francisco font의 둥근 버전으로 써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 년간, 애플은 San Francisco Compact Rounded를 써왔고, 둥근 버전은 애플 와치에서 쓰여왔다. 그외에, 둥근 버전의 San Francisco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SF Compact의 소문자 a, e, o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평평한 면이 여기에는 없다는 점을 보면 명백하다.
사실 애플이 VAG Round를 사용한 이후, 실물 제품에 둥근 글꼴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해당 폰트는 전적으로 현 키보드에서의 SF에 대한 선호에 의해, 단계적으로 사용이 중지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칩 카드이다. 카드 리더기에 쓸 수 있도록, 전면에 작은 실버 혹은 골드 컬러의 둥근 사각형 모양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칩이라고 부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제로는 그 아래에 있는 진짜 칩을 연결해주는 칩 콘택트일 뿐이다. 칩 콘택트는 매우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한 번도 미적으로 만족해본 적이 없다.
애플은 카드에서 이 부분 또한 리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디자인은 여섯 개의 둥근 사각형의 알약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콘택트들은 그것을 한데 모으는 큰 사각형의 코너에 알맞게 정렬되어있다.
디테일에 대한 이 정도의 강박은 애플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취향, 경제력, 전문지식과 광범위한 공급망, 애플의 독특한 조합 모두를 필요로하는 강박이다.
애플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카드의 성공은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에 달려있다. 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통합, 일일 현금 회수, 프라이버시 및 보안 기능 등의 작업이다. 이 실물 카드는 그저 잘 되어있는 케익 위에 마지막으로 얹은 체리와 같을 뿐이다.
실물을 손에 쥐는 날을 기대하며.
저자 : Arun Venkatesan
원문 링크: https://www.arun.is/blog/apple-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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