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RUMBERJACK JASON

사진 작가는 아니지만 외출할때 종종 카메라와 함께 다닌다.

최근에는 마음에 드는 골목사진 찍는것을 좋아한다.

길을 걷다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피사체에 집중하여 셔터를 누른다.

이상하다. 내 눈에 보이는 광경과 사진은 많이 다르다.

더 괜찮은 곳을 찾기위해 발길을 옮긴다.

이곳 저곳 옮겨 다니다보면 다리가 아파 근처 벤치에 잠깐 앉는다.

찍은 사진을 구경하다 문득 걸어온 길을 본다.

아까 지나쳤던 수많은 피사체들이 한데 어울려 그림 같이 서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것만같은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에어컨 실외기, 전봇대 사이로 엉켜 있는 전기줄,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가운데 물 웅덩이,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아 수거해가지 않은 쓰레기, 노란버스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아이들의 하원을 기다리는 부모들, 삶의 수단으로 옛가게를 지키는 노인들.

골목은 이야기를 상상하는 소재가 된다.

이 소재들이 한 프레임안에 들어와 결과를 만든다.


20대때 진로를 고민한 적이 있다.

계절학기를 들으며 대학교를 억지로 졸업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나를 나무랐다.

회사에 취직해도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그만뒀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끈기가 없다며 나를 나무랐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내 적성에 맞을까? 적성에 맞다면 끈기 있게 그 일을 할수 있을까?

답을 주는 사람이 없어 20대를 그렇게 보냈다.


30대 우연한 계기로 전공을 살릴일이 있었다.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영상일이었다.

가끔은 내가 연출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도 있었다.

어느 날, 20대 때 진로 고민으로 낭비된 시간들이 영상 연출을 해야되는 일에 영감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영상을 연출할때마다 20대때의 서랍에서 하나 둘씩 경험을 꺼내 쓰곤 했다.

의미 없이 지나는 시간은 없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20대는, 30대를 맞은 나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주고 있다.

뒤돌아보니, 이 소재들은 한 프레임안에 조화롭게 섞여 있는 골목 사진을 이루고 있다.

여행을 하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지 못할때 나는 지나왔던 길을 돌아본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것들은 각자의 의미가 되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