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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쥬 Jan 28. 2019

외항사 승무원 준비 A-Z (2)

■ All about English 편



Attitude + Grooming = Appearance 편

 All about English 편

CV와 Resume 편

 English Interview 편 (그룹 디스커션, 파이널 인터뷰 등)




 "영어는 어느 정도로 해야 될까요?"


 매우 모호한 질문이다. '어느 정도'는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제 영어 실력은 '이 정도'입니다."라고 표현할 수 없다. 토익 점수가 몇 점 이상이면 된다라는 답변을 기대하는 걸까. 그야말로 우문인 셈이다. 한 사람의 영어 실력을 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토익 점수를 자주 언급한다.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들은 토익 점수를 550점 이상으로 두고 있다. 영어와 아주 담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영어를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550점 이상 받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처 받으신 분들께는 사과 말씀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토익 점수를 550점이라고 쓰고 있는 의도가 조금은 궁금하다. 실제로 지원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높은 점수대의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간신히 550점을 넘는 수준이라면, 그것보단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럼 높으면 완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990점 만점인데 회화가 안 되는 경우는 어떨까?


 외항사 면접의 마지막 관문인 파이널 인터뷰에서는 결국 나라는 사람을 주제로 면접관 한 두 명과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왜 캐빈크루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수많은 항공사 중에서도 왜 여기여야만 하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적합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준비된 앵무새 답변을 하는 게 아니라 면접관과 눈을 맞추고, 준비된 인재로서 스스로를 충분히 전달하고, 날카로운 꼬리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시 질문을 놓고, 하나하나 답변을 만들어서 암기를 하고 있었다면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항공사에서 일할 때에 아주 단순한 영어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Chicken or beef? 그렇지 않다. 동료와의 모든 의사소통이 영어를 기반으로 이뤄짐은 물론, 다뤄야 하는 상황들이 무척 다양하다. 승객이 갑자기 쓰러졌다, 누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폈는지 쓰레기통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도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손님이 음식에 대해 불만을 품는다, 면세 판매를 하는데 계산 실수로 손님에게 받은 금액이 부족해서 재차 설명해야 한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손님이 한국 문화에 대해 질문한다 등등. 물론 이 상황을 나 혼자 풀어갈 일은 없고, 혼자 이 모든 일을 한 방에 처음부터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런 경우에 승객, 동료 크루들, 플라잇덱 크루들, 지상 메디컬 관계자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영어를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입사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 정도로 생각했다면, 아마 운 좋게 입사를 해서 영어 때문에 계속해서 고생할 수도 있다. 일단 트레이닝 때부터 온갖 생소한 영어를 듣게 될 수도 있고, 꽤나 방대한 매뉴얼을 익혀야 하며, 항공 용어나 약어 등에 대해서도 익숙해져야 한다.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유연하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일하면서 힘도 덜 들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거의 당황하다시피 했던 것이 수없이 많은 억양이었다. 인디안, 아라빅, 브리티시, 스코티시, 아이리쉬 등등. 정말 저 친구가 영어를 하는 게 맞나 싶은 순간도 있었을 정도다.


 기본적인 업무 수행 정도만 간신히 가능하고, 동료들에게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에 의사소통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크루가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같이 비행했던 한국인 승무원 중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 그러니 영어는 다다익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중에 어디 약아빠진 외국인 크루랑 언쟁이라도 붙으면 방어와 자기주장을 할 수 있어야지 않겠는가.



 1.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영어 공부법


 1) 팝송 활용하기

 노래를 좋아해 팝송을 즐겨 듣고, 따라 불렀다. 관심이 더 가면 가사의 뜻도 찾아보기도 했다. 은연중에 발음이라든지 언어의 리듬을 익힐 수 있다.


 2) 중학생 수준의 기초 문법 떼기
 복잡한 영어 책들이 따분해 끝을 보지 못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문법에 대한 감은 있어야 한다. 이때는 중학생 수준 혹은 그 이하도 상관없다. 쉽고 간단하고 재밌게 설명된 문법 책을 끝까지 독파하자. 대충 머릿속에 구조가 잡힐 것이다.


 3) 미드 쉐도잉 하기

 굉장히 많이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 중 하나이고, 나 역시 이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 보통 한글 자막으로 보기 - 영어 자막으로 보기 - 자막 없이 보기, 이 세 가지 단계를 거치라고 하고, 무한 반복을 하면서 대사를 읊어 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하지는 않았다. 계속 봐도 질리지 않고,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하는 것을 골라 일단 굳이 집중하지 않더라도 계속 틀어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4)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하기 -대화든 작문이든

 열심히 영어에 스스로를 노출시켰으면, 이제 써먹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듣고, 이해했다고 해서 그 표현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써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막상 필요할 때, 할 수가 없다. 아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혀 영어로 뭔가 말하기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면 가볍게 영어 일기를 써보고 그 내용을 소리 내서 말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영어로 대화를 하든 아니면 채팅을 하든 실제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상대를 찾자.

 

 2. 영어의 일상화


 위 1.-4)에서 적고 있듯이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이 제일 중요하고, 그렇게 영어를 일상화해야지만 실력이 는다고 믿는다. 기본적으로 모든 환경을 영어를 기준으로 바꿔보자. 휴대폰 언어 설정도 영어로 바꾸고, 매체도 영어로 보고, 노래도 영어로 듣고, 생각도 영어로 한 번 해보자는 거다. 말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에 있어서 이런 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영어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없다. 시험으로 영어에 접근하지 말고, 회화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막말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승무원 학원에 돈을 갖다 주기보다는 영어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다. 비용을 들이지 않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언어 교환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를 위한 플랫폼도 잘 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화상채팅, 일반 채팅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그게 어색하다면 그냥 펜팔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화가 오가는 과정이 있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연습하게 되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그냥 혼잣말을 하든, 어디 메모장에 끄적이든 영어로 뭐든 말하고 만들어 보자. 뉴스나 최근 현안 등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있다면 외국인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해 보는 거다. 미드의 한 에피소드든, 동화든, 뉴스든, 오늘 있었던 재밌는 일이든 영어로 말을 해보는 거다. 발음이 이상한 것 같아서, 아직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해서 등등 달 수 있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말을 만들어 보고,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 여느 광고처럼 '짧은 시간 안에 얼마큼 달성할 수 있다'는 방법은 없다. 누가 이렇게 해서 효과를 봤더라도 나한테 맞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어가 의사소통 수단인 만큼 지나친 학문적 접근보다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렇게 수련을 거치면, 어쨌든 누구나 영어를 직접 사용해 보는 단계로 수렴될 것이다. 어느 수준에 달하기까지 기다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일단 내뱉자. 이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 하다 보면 다음에는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영어를 말할 재료는 갖고 있는데 입이 터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는 입은 터졌는데 말할 재료가 빠듯하게 느껴지고. 이게 무한히 반복된다. 그러니 계속해서 단어나 표현을 습득하고, 실제로 사용해 보고 하는 과정이 꾸준히 쳇바퀴 돌면서 전체적으로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게 된다.


 3. 좋아하는 것 혹은 관심사를 영어로 접하기


 좋아하는 것이나 특정한 관심사가 있는가? 그럼 그 분야를 영어로 파보자. 언제나 영어를 '공부'한다는 게 참 싫었다. 어차피 재미가 없으면 오래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영어를 재밌게 하자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난이도가 상승하는 경험을 피할 수가 없고 결국 어느 정도는 머리를 쓰는 작업도 필요해진다. 그럼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관심사를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다면 그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와 채팅을 할 수도 있고, 전 세계 매체가 다루는 뉴스들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한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수없이 많은 연예뉴스가 영어로도 생산된다. 본인이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거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를 영어로 다뤄볼 수도 있다. 해리포터를 재밌게 봤다면 원서를 보는 것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존(Amazon) 북스토어 앱을 다운로드하여 원서를 볼 수도 있고, 오더블(audible) 앱을 통해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고, 레딧(reddit)에서 영어권 네티즌들을 만나볼 수 있고, 언어교환 사이트에서 채팅이나 펜팔을 할 수 있는 원어민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언어교환의 경우, 다소 목적이 변질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사람을 잘 가려 사귈 수 있었으면 한다.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기에, 항공사나 항공 업계 혹은 여행 산업 관련 정보를 영어로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뉴스나 자료 등을 통해 얻는 이야기나 용어들이 반드시 유용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나, 내가 진입하고자 하는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은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다. 구글에 Aviation news, 특정 항공사명 등등을 넣어보면 다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위 링크는 그 유명한 스카이트랙스다. 권위 있는 공항과 항공사 서비스 평가 사이트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천공항이 세계 1위라고 하는 그 발표의 주체다.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안내되어 있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 하나를 할애한 것은 그만큼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치열이 좀 덜 고르더라도 합격할 수 있지만, 영어가 안 된다면 합격할 수 없다. 적다 보니 다 알고 있는 사실의 나열에 불과한 지라 글의 내용이 아쉬운 분들도 있겠다.


 캐나다에서 1년 여간 고군분투 영어에 트이고자 했고, 두바이에서 3년 동안 영어를 주 언어로 살았고, 지금도 미국에서 미국인인 짝꿍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 하고 싶은 말이 고도화될수록 영어가 부족함을 느끼는 절망은 반복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말하기가 좀 되면, 단어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단어를 좀 채우면, 말하는 게 부족해지고, 이러면서 계단식으로 성장한다. 지금도 계속해서 영어를 파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어가 가져다준 시야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시야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번역된 뉴스보다 빠르게 전 세계 뉴스를 접하고, 국내에 전해지지 않은 서적이나 논문들을 먼저 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신속히 알 수 있고, 여러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알 수도 있게 된다. 안타깝지만 영어가 국제공용어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러니 어쩌면 그간 잠겨 있던 세상을 여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영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고, 또 나의 의견을 명확히 피력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역시 말미에 덧붙이는 말, 그러니 외항사 승무원에는 절대 올인하지 말고, 영어에 올인하길.


질문이나 고민,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주저 없이 작가소개 란에 있는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보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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