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주는 안경
마흔이 되어 좋은 몇몇 가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도통 이해되지 않던 사람들, 현상들이 변함없이 그 상태에서 단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때는 분명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며 억측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 역시 열을 내며 감정을 들끓였던 기억이 뚜렷한데도 말이다.
왜 일까?
아마... 힘을 빼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필요 없는 힘까지 잔뜩 부려서 자존심이라고 생각해온 오기를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내게 다른 시각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기에 삶의 무게는 무겁고, 내가 가진 능력과 힘은 부족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현상들을 나라는 단 한 명의 인간이 지닌 능력과 힘으로는 정복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나씩 내려놓다 보니 어느 날 불현듯 든 생각..
그래... 저들도 나처럼 그저 그들이 가진 능력과 힘으로 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주장의 방향과 강도가 나와 다른 것은 각자 다른 경험과 배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고, 각자 가진 재주와 능력이 다른 것일 뿐 우리는 모두 같이 그저 자기가 아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점에도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세상에 이해를 못 할 것도 없을 듯하다. 이해를 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생각이나 주장은 다르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어린 날들에서는 남도 모두 나 같을 것이라고 함부로 생각했고 그래서 부딪쳤다면, 이제는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러니 나와 너도 다르다를 생각하게 된 것뿐이다.
이렇게 바라본 오늘 하루
악다구니 쓰는 사람들
깃발 흔들며 확성기에 자신의 주장을 높이는 사람들
자신이 믿는 신이 절대자라며 설교하는 사람들
그 모두가 이해가 간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최선으로 최선의 순간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