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처럼 피고 지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피어나기를
마흔 하나의 봄날.
여의도의 벚꽃들을 보며 생각한다.
참.. 곱지? 어릴 땐 이 꽃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지조차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참 예쁘네.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하찮게 보았을 때에도 사계절을 견디고 봄이 되어 다시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네가 참 기특하구나
꽃잎들 사이로 눈이 부시게 빛나는 햇살도 아름답다. 최근 내 인생의 굴곡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몇 번 오르고 내리니 인생이 덧없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다 내려놓은, 힘 빠진 내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뭘 그리 대단한 인생이라 생각했는가? 인생도 한철 이 꽃나무처럼 피었다 질 것을... 질 것을 알면서도 꽃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피우는 이 녀석들처럼 그저 한철 기특하게 살면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도 싶다. 아름답지만 잎이 돋으면 사라질 꽃잎들이 벌써 허무하다.
사십 대의 나날들을 살아가는 친구, 선배들이랑은 요즘 부쩍 건강이야기를 많이 한다. 분주히 달려왔으나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많은 장애물 앞에서, 이미 많이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턱없는 듯 인생이 날로 허무해져 갈 즈음 이상하게 몸도 함께 아프다. 갑상선 결절, 자궁/유방의 혹 등등이 단골이고 당뇨, 이로 인한 합병증 우울증, 번아웃 증후군 등은 이미 대수롭지도 않다. 그러나 이것들 앞에서도 이젠 인생이 대체 내게만 왜 이러냐고 화낼 힘도 더 이상 이전 같지 않은 기회, 체력 앞에서 울 열정도 적당히 떨어진 마흔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저 지금의 현상을 남의 일처럼 바라본다. 그렇구나.. 내가 아프구나. 그래 아플 때도 되었지. 어쩌면 너무 오래 사는 것 같아. 과학과 의학의 힘이 아니었다면 마흔은 한 인생을 자연스레 정리해가야 하는 때이잖아. 그런데 그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게 돋보기를 쓰고서 육아를 하고, 각종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아직도 20-30대처럼 살아가잖아? 그래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니 아플 때도 되었지. 어쩌면 힘이 떨어져서 다행인지도 몰라.
저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리는 것처럼 마흔은 아프고 열정과 에너지가 떨어질 만도 하는 나이. 힘쓰지 마. 어차피 쥐어 짤 힘도 없는데 그저 저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마흔의 인생도 그저 피고 지고 다시 피도록 그저 두고 보자. 나를 한번 그냥 지긋이 봐주자. 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차오르고 할 때까지. 내가 다시 피는 날, 네(벚꽃)가 다시 피는 다음 봄날엔 또 다른 방식으로 함께 피어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