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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Apr 29. 2019

마흔, 돈의 의미

50억 즈음 있다면?

나이에 따라 '돈'의 의미가 달라진다. 나는 돈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아, 착하고 성실하게 살다가 돈이 생기면 좋은 거지 돈을 좇아 살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던 어리고 착하고 마냥 순진하던 (또는 정의로웠던) 어린 날이 있었지만, 돈을 벌고 싶어 부자가 되고 싶어 (혹자들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겠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고, 쫓아도 쫓아도 원하는 만큼 잡히지도 남지도 않는 돈이라는 것에 반쯤 포기하거나 포기당한 이들도 많은 것이다. 그렇게 돈에 대한 의미가 진화되며 마흔이 되니 지금 이 시점에서 내게 돈의 의미는 이 정도이다.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분명 이로 인해 많은 것이 해결되는 것.'


적당히 (또는 완벽히)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마흔 즈음의 나는 돈의 양면을 알고 있다. 물론 나는 부자는 아니다. 물론 부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나는 그저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마흔의 월급쟁이.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이미 내가 손을 대기도 전에 이미 돈주인들이 다 일정 금액 이상을 인출해나가고 가끔은 잔잔히 남은 통장잔고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가끔은 마이너스로, 가끔은 뭐 월급이 언제 내 것이었냐 초월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가끔 강의나 본업 이외의 일이 들어와 그에 대한 보수를 받는 날에는 땡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를 위해 들어야 하는 추가의 시간, 에너지들이 결국은 기회비용임을 알고 내 체력을 오버해서 앓아누워야 하는 부업들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특히 강의. 생각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들고 연속으로 2-3시간을 말하고 나면 다음 날 앓아누워 약값이 더 나오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

"한 50억 즈음 있으면 참 좋겠다."

글쎄...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게 50억이 생기려면 (50억은커녕 나는 50만 원만 어디서 생겨도 기쁠 것 같은데???? 꿈이 험블 하여...) 로또 당첨이 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은데 나는 로또에 당첨될 리가 없는 사람이다. 이유는.. 나는 로또를 사지 않기 때문!!


내 주변에는 이미 주식부자, 사업 부자들도 많다. 이들은 이미 50억 이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또 무언가를 위해 (뭔지는 모르나) 일을 하고 살아간다. 아마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돈을 위해서 일을 한다면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왜 더 일을 하는 것인가? (물론 지금은 와병 중이지만) 하지만 가끔 또는 종종은 돈걱정은 잊고 그저 잠이나 잤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밥벌이의 지겨움.. 그러나 또 이내 아직은 월급 받고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이미 부자인 친구들에 비해서는 별것 아닌 것 보여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월급의 의미에 감사함과 내 자존감과 정체성이 아직은 거기서 나옴에 감사하기도 한다.


마흔 즈음되니..

돈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일단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많다면 좋을 것도 같다.

최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내가 좀 더 가지고 있으면 그때 돈에 대한 의미가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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