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너는 나에게 바람이었다
내 몸에 허락도 없이 들락거렸다
네가 너의 길을 알아
떠나고
나는 횅하니 비어져 가면
흔드는 몸짓들
잡히지 않던 네가 다시 찾아와 맴돌았다
한 때는
너를 내 안에 두고서
닫아 놓은 마음에 틈새를 내고
햇빛을 받고 달빛도 받았지
그 밝은 빛이 오는 하늘의 색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나 혼자 가두어 놓은 슬픔
수만 상처가 일어나고
남겨진 침묵이 힘이 세지면
행여나 하는 마음
밖으로 나가 동네를 헤매다 돌아온다
곁에 두고 싶은 게 너라서 문만 열어도
바람은 놀고
허공에 그리는 바람의 무늬는
멀리서 눈으로 그려야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