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자꾸 비워져 가요
한쪽 하늘의 부피를 늘리며 주위를 가볍게 해요
사과가 줄었고 우유가 줄었고 캔 맥주를 사기 시작했는데
눈앞이 자꾸 흐려지네요
빈 공간이 비워져 있네요
비워 있으니 침묵이 채워져요
빨간 열매 가득한 나무는 그대가 주고 간 선물이에요
처음엔 이름을 알았는데 잊어버렸어요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몸뚱이에 물을 주는 방법이
그대만큼 서툴러요
화분 속으로 열매에도 물을 주었는데
부피를 줄이고 있는 중이래요
빨갛게 떨어져요
오지 않는 계절이라 미안하데요 그래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침묵 밑에 깔려있어요
처음을 물어요
거기에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