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떠나보낸 적이 없어서 그저
옷 하나 더 입고 벗는 것으로 지내기만 했을 때도
겨울을 견디는 나무의 앳된 눈망울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움은 숨어 있다가 언제든 나타나고
어처구니없게도 치받기만 하는 해묵은 것들은 꽃으로 피어나고
다시 그 자리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제 멋대로 끌고 다니는 마음 끝자락 파동,
누군가 겨울이 갈 거라고 말해 줄 때 같이 떠나 보냈어야 했다
그래야 맞는다
그리운 것은 겨울 속의 앳된 눈망울들을 감싸 안는 삭정이 몇 개면 족했다
너를 잊으려는 것은 아니다
네가 먼저 놓은 자리에, 달려가는 마음이 문득 허상 속에 떠다니는
네가
떠나지 못하고 서성일까 봐,
네가 떠난 자리로
맨 처음 그리로
들여 놓고싶은 것은 고운 햇살 한 줌이면 족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