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JORICA May 21. 2019

시험기간과 레몬 나나 주스

한국에는 왜 없나요?...

한국에서 지치고 피곤한 날들을 보낼 때면 요르단 시험기간에 먹었던 레몬 나나 주스가 생각난다.

뭐랄까? 요르단은 시험기간조차 평화로웠다.

요르단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يلا! يلا!(얄라얄라 ; 빨리빨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요르단 사람들은 참 느긋하다.


모든 일정이 오후 3시면 끝나기 때문에 오후에 카페에 가면 사람들로 북적 인다. 물론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현대식 카페에도 사람이 몰리지만, 요르단식 느긋함을 떠올린다면 아랍 느낌이 뿜뿜나는 시샤[물담배] 카페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시샤 카페에 가면 아랍 느낌이 뿜뿜 나는 물담배와 물담배의 달콤한 향, 그리고 맛있는 주스들을 마실 수 있다. 현대식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나 셰이크 종류를 팔지만, 시샤 카페에 가면 레몬 민트 주스나 오렌지 주스, 망고 주스를 판다. 나는 그중에서도 레몬 민트 주스, 애칭 ‘레몬 나나 주스’를 제일 좋아했다.




레몬 나나 주스의 정식 명칭은 عصير ليمون بالنعناع (아씨르 리몬 빌 나의나)이다.

(근데 나는 그냥 بدي ليمون نعناع(비띠 리몬 나의나 ; 레몬 나나 주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잘 알아먹는다.)


레몬 나나 주스 레몬즙에 민트와 설탕과 물을 왕창 넣어서 만든 주스라 맛이 없을 수 없다. 더군다나 얼음까지 같이 갈아주면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이 있어서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론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레몬과 민트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더욱더 애정 하게 된 것 같긴 한데, 내가 이 주스를 추천해주면 싫어했던 사람은 없었다.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그럼 요르단 사람들은 왜 레몬주스에 민트를 넣어 먹을까? 민트를 극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도 어느 날은 궁금해서 물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민트가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야!
근데 요르단에서는 다들 즐겨먹어서 너무 신기해.
민트를 많이 먹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요르단 친구들은 민트가 몸에 좋기 때문에 많이 먹는다고 답해줬다. 레몬주스만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는데 민트를 먹어주면 위에 부담을 덜어준다고 한다.


와우~! 어쩐지 한국에서 레몬주스를 마시고 나면 위에서 신맛이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요르단에서는 그런 부담이 없어서 더 맛있게 주스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홍차를 마실 때도 민트 잎을 넣어 마시고 تبولة(타불레 ; 아랍식 샐러드, 아랍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이다.)의 주재료도 민트이다. 아랍의 식문화에서 민트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식재료이기 때문에 시장에 가면 긴 줄기채로 민트를 판다.




요르단에 있는 동안 즐겨 먹은 레몬 나나 주스 사진

여하튼 나는 친구들과 시샤 카페에 가기만 하면 레몬 나나 주스를 시켜 먹어서, 한국 유학생 친구들 뿐만 아니라 캐나다 친구까지 레몬 나나 주스에 다 같이 입덕 하게 됐다. 또 우리들은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하다 머리 식힌 답시고 카페에 앉아 뜨끈뜨끈한 사막의 공기를 맞으면서 다 같이 레몬 나나 주스를 오도독오도독 씹곤 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신선한 민트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한가하게 앉아 바람을 맞으며 차를 마실 일도 없어졌다. 과제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시험에 치이면서 너무너무 지칠 때, 그런 날에는 시험 기간레몬 나나 주스를 마시면서 사막의 바람을 맞던 과거의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워진다.


앞에서 친구가 피는 시샤 냄새를 맡으면서 레몬 나나 주스를 마시던,

그 달콤하고 상쾌한 맛을

앞으로도 충분히 그리워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사랑스러운 아랍 친구들과 SN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