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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Oct 05. 2023

소셜 미디어 할까 말까

해야 한다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안 해도 괜찮을까

최근 2~3년 동안 풀지 못한 고민 중 하나다. 넷플릭스 다큐 이름처럼 편의상 ‘소셜 딜레마’로 부르겠다. 딜레마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어렵거나 불리한 상태를 뜻한다. 소셜 미디어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상황이 됐다. 소셜 딜레마가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물음 하나를 추가해 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소셜 미디어가 더 이상 소셜하지 않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그것도 실명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지 오래됐다. 나도 모르게 오마카세처럼 모든 데이터를 맡긴 메타와 X(구 트위터)의 메뉴를 찾아보니 페이스북은 2007년 12월에 가입, X는 2010년 9월에 가입, 인스타그램은 2014년 1월에 가입했다. 셋 중 페이스북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다. 메타가 지난 7월에 출시한 스레드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이미 X 계정이 있는데 굳이 가입해야 하나 싶지만, 세상이 또 어찌 바뀔지 모르니 그저 판단을 보류한 상태다.


지난 8월 17일, 뉴스레터 커피팟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모임에 다녀왔다. 약 2년 동안 커피팟에 <키티의 빅테크 읽기>를 연재 중인 홍윤희 님이 ‘빅테크와 소셜 미디어 지형’을 주제로 강연하고, 참석자와 대화하는 자리였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소셜 미디어까지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생태계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이 궁금했다. 그리고 강연을 들으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큰 흐름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소셜 미디어는 어느새 미디어를 대체하며 더 이상 ‘소셜’하지 않은 게 사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넘쳐나고 이는 생성 AI 때문에 앞으로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AI를 비롯한 빅테크의 여러 활동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규제 중인 건 그나마 다행. FTC 위원장인 리나 칸이 특히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는 다시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국) 정치와 연관이 깊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와 정황들이 있었고, 이는 다음 선거 때도 반복될 확률이 높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소셜 미디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게 문제의 본질인데, 그 이유는 빅테크 기업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사람들은 계속 소셜 미디어에 끌릴 테고, 그걸 개인이 온전히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새 소셜 미디어는 세상뿐 아니라 빅테크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관문이 됐다.


홍윤희 님은 강연 막바지에 다큐 <소셜 딜레마>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당신이 매트릭스 안에 있는 걸 자각하지 못하면 어떻게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죠?
Like, how do you wake up from the Matrix when you don’t know you’re in the Matrix?”

— 트리스탄 해리스, 미국의 기술 윤리학자


스스로 매트릭스 안에 있다는 걸 자각했다고 하자. 그럼 매트릭스에서 어떻게 깨어날 수 있더라? 방법은 모르겠지만, 일단 매트릭스의 큰 그림은 알겠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내 볼을 꼬집어 봤다. 아팠다. 공기는 여전히 후텁지근했다.

지난 8월 17일, 뉴스레터 커피팟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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