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민 원숭이1

2023/4/5

by 이끼낀곰

먹다 남은 양념까지 다 쓸어먹을 김밥, 말라붙은 나무젓가락, 다 마르지도 않은 막걸리병, 핏물마저 스며든 스티로폼 조각, 어디서 쓰였는지도 모르는 비닐조각과, 썩어가는 사과, 귀지묻은 면봉, 그리고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두어도 고작 새어나오는 냄새라고는 이제 막 썩어가는 닭뼈 뿐이다. 어리석게도 영원히 남아있는 것도 내가 기억할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밤에오는 빗소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밤중에 커피를 마시던 사람도 문득 창문밖에 흘러들어오는 비소리에 집중하고, 지친 연인들도 창문밖을 바라본다. 발바닥이 젖기를 피하는 유기견과, 이제 막 임신한 길고양이, 파리와 모기 죽어 비틀었지만 빗물에 젖어 흘러가는 곤충의 사체, 그리고 더 검게 변하는 밤. 그리고, 그리고 밖에서 나온 이 마력의 비는 창문밖을 바라보게 만든다. 지독히도 고요하고 모두가 그 빗방울 소리를 바라본다. 빗방울 소리가 하는 말이라고는 뚝. 뚝.


지랄맞다. 칼에 온몸이 썰려 움직일 수 없는 것 같고, 바람조차 불지 않는 빗소리는 날 더 침전시킨다.

배가고파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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