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아저씨 Nov 02. 2024

화가 올라옴을 알아챈 나를 칭찬합니다

9시 타임 아침 수영을 갔다.

책을 읽다가 문득 아침 수영이 하고 싶어져서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8시 55분쯤 센터에 도착!


8시 50분부터 티켓팅이 되는데, 줄을 서 있는 동안 9시타임 아침 자유수영이 마감되었다고 직원이 소리친다.

하지만 줄을 서서 기다렸던 분들이 개의치 않고 티켓팅을 하길래 나 역시 티켓을 끊고 입장을 하려는데 제지를 당했다.


"30번까지 번호표를 나눠드리는데 못 받으신 분은 입장이 안되십니다. 결제 다시 취소해드릴께요."


이전에는 티켓팅 하기 전에 발권기계에 수영마감이라고 붙여둬서 그냥 돌아섰는데 오늘은 티켓도 다 끊었는데 안된다고 하니 화가 슬며시 올라오려는 걸 '그럴 수 있지.' 속으로 생각하며 데스크에 취소하러 갔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뭔가 급한 듯 내 순서가 되었을 때 새치기를 하더니 나와 똑같이 자유수영 결제한 걸 취소요청을 한다.


순간 '뭐지?' 싶다가 또 한 번 '이유가 있겠지, 그럴 수 있지. 아 요즘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잠자코 있으니 본인도 뜨끔했는지 슬쩍 눈을 마주치고는 미안하단다. 괜찮다고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생각했다.


발권기계 프로그램에 티켓팅 인원수를 넣어서 그 인원만큼 티켓팅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마감안내 메세지가 뜨도록 하면 될텐데...


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 이런 작은 업데이트가 안 되다니... 공공시설이라 그런가... 누구 하나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어지자 아~ 이건 오늘 내 일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임을 퍼뜩 깨닫고 머리를 흔들어 지운다.


이럴 때면 항상 가지는 마음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건 타이밍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힘이 멈추고 돌아가게 한 것이다.'


억지로 용을 쓴다고 원하는 일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어 3년 전 지원사업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부를 설립해놓고 가맹점이 하나도 나가지 못한 것도 소스, 육수 등 OEM생산을 위해 제조사와 협의를 하는 동안 레시피만 뺐겼다.


그럼에도 실망하지 않고, 꼭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것이다, 그래야 외식전문인력양성아카데미도 만들고 장학회도 만들어 외식산업에 조금이나마 선한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열망 하나만큼은 식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허비한 것 같지만, 결국 올해 좋은 인연을 통해 OEM 제조사 컨택 후 양산까지 가능해졌지 않은가. 물론 좀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시간은 줄일 수 있었겠지만, 과연 그렇게 줄인 시간이 얼마나 사업을 탄탄하게 성장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화가 올라옴을 알아채고 그 마음을 잘 삭힌 나 스스로를 칭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